美-中전문가가 본 김정은 신년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일 03시 00분


[남북정상회담 급물살]

《 “말이 아닌 행동이다.” 1일 대외관계 발전을 강조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신년사에 대한 미중 전문가들의 반응은 냉정했다. 이들은 “아직 북한의 변화 시그널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인 대니얼 핑크스턴 박사와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인 스인훙(時殷弘) 중국 런민(人民)대 교수와의 전화 인터뷰는 1일 김정은의 신년사 방송 직후 이뤄졌다. 》

▼ “核보유 기존 입장 되풀이… 北-美 관계 진전 불투명” ▼

美 대니얼 핑크스턴 ICG 동북아부국장

“새로운 정책 비전을 제시하지 않은 채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 대니얼 핑크스턴 국제위기기구(ICG) 동북아부국장(사진)은 1일 김정은의 신년사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특히 “군사훈련 중단 요구나 핵 보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등 실질적인 변화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이날 신년사에서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은 우리(북)의 자위적인 핵 억제력을 파괴하고 우리 공화국을 힘으로 압살하려는 기도가 실현될 수 없게 되자 비열한 인권소동에 매달리고 있다”며 핵 보유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또 “남조선 당국은 외세와 함께 벌이는 무모한 군사연습을 비롯한 모든 전쟁책동을 그만두어야 한다”며 연례 한미 군사훈련 등을 겨냥했다.

이에 대해 핑크스턴 부국장은 “북한이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군사훈련 및 흡수통일 중단 등) 기존 태도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행정부 및 유엔 관계자들을 연쇄 접촉한 그는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한 한국과 달리 미국은 북한에 대한 감성적 책무(emotional commitment)가 없다”며 “북-미 관계는 올 한 해 남북 관계보다 더디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남북 경제교류 통로 확대… 정상회담 가는 길은 험난” ▼

中 스인훙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김정은은 작정하고 중국을 따돌리려는 것 같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까지 가는 길 역시 멀고도 험하다….”

중국의 외교전문가 스인훙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사진)는 1일 김정은의 신년사 내용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이어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남북 최고위급 대화를 언급한 것은 결국 러시아와 일본에 이어 미국, 한국과도 스킨십을 늘리겠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스 교수는 “한미일 연합 군사 훈련이나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등이 이뤄지는 즉시 남북 관계는 얼어붙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김정은의 유화적 수사가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망했다. 단 김정은이 신년사를 통해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 경제개발 등을 언급한 것에 주목했다.

군사적 분야가 아닌 남북 간 경제 분야의 접촉과 교류는 올해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결과적으로 실무급 남북 대화 채널은 지난해보다는 활발히 가동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중 관계에 대한 전망은 비관적이었다. 스 교수는 다소 격앙된 어조로 “북한은 중국을 증오한다”며 “김정은 집권 이후 고위급 인사의 교류가 거의 없다는 것이 그 방증”이라고 말했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북한#김정은 신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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