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달 새로운 추기경을 임명하면서 한국에서 네 번째 추기경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는 2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달에 한국을 포함해 가톨릭 교세가 커지는 비유럽, 비북미 지역 출신 추기경을 상당수 임명한다고 전망했다. 추기경 임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된 이후 두 번째다. 지난해 19명을 임명했으며 이번에 나이 제한으로 투표권을 잃는 추기경들의 후임자까지 고려하면 최대 12명까지 임명할 수 있다.
교황청 전문가들은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가톨릭 신자가 많지 않지만 성장세가 빨라 추기경 배출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한국에서 추기경이 배출되면 고(故) 김수환 추기경, 정진석 추기경, 염수정 추기경에 이어 역대 네 번째 추기경이 된다. 필리핀의 경우도 가톨릭 신자가 많아 세 번째 추기경이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전쟁과 기독교인 박해가 이어지는 이집트나 파키스탄, 이라크 등에서도 1~2명의 추기경 배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반해 신도수 대비 추기경이 많은 유럽이나 북미 지역에서는 추가 추기경 선출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가톨릭 전문매체인 ‘내셔널 가톨릭리포터’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추기경 임명이 자신의 개혁 작업이 일시적인 유행일지, 아니면 가톨릭 역사에 자취를 남기게 될지를 가리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추기경 임명은 교황의 핵심 권한이다. 80세 아래 추기경들은 교황을 선출할 권한이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추기경은 111명으로, 교황이 이번에 12명을 새로 임명하면 전체 추기경 가운데 4분의 1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뽑은 사람들로 채워진다.
만일 이번에 제3대륙 출신이나 개혁적인 추기경들이 대거 뽑힌다면 프란치스코 이후의 차기 교황도 개혁적인 교황이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기존 로마 큐리아(교황청)를 장악해왔던 추기경들이 선임된다면 보수적인 교황이 선출돼 프란치스코의 개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교황 요한23세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소집해 가톨릭 교회를 대거 개혁했으나, 추기경 선출 때는 공의회 출신이 아닌 사람들도 대거 뽑아 개혁을 이어가는데 실패했다. 그는 스스로도 “너무나 많은 적을 내 손으로 뽑았다”고 농담할 정도였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전략적인’ 추기경 선임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메리카 가톨릭 대학의 채드 팩놀드 교수는 “추기경 선출은 교황의 권한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며 “축구로 치면 교황은 감독이고 추기경들은 실제로 공을 차며 게임을 하는 선수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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