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이 2일(현지 시간) 발표한 대북 제재 행정명령은 과거보다 적용 범위가 크게 넓어진 것이 특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필요한 이유로 △북한의 소니픽처스에 대한 해킹과 영화 ‘인터뷰’ 상영 저지 협박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저지를 규정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위반 △심각한 인권 침해 등 세 가지를 들었다.
이번 행정명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의 소니 해킹 공격에 대해 “비례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대응 의지를 천명한 지 14일 만에 나온 것이다. 제재 대상에 오른 단체 3곳과 개인 10명은 앞으로 미국 금융시스템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고 미국의 기업이나 개인도 이들과 거래할 수 없다. 이성윤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교수는 “앞으로 미국 정부가 임의 또는 필요에 따라 김정은을 포함한 모든 북한 고위 관료의 해외자산을 동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 재무부는 북한의 대남·해외공작 총괄기구인 정찰총국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북한의 많은 사이버 작전이 이곳을 통해 이뤄진다”고 밝혀 정찰총국이 소니 해킹 사건의 배후라는 전문가들의 결론을 재확인했다.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와 조선단군무역회사 및 두 기관 소속 관계자 10명은 과거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거래에도 관여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한반도 담당 선임연구원은 “이번 조치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더욱 가혹한 접근법을 알리는 신호”라며 “미국을 위협하는 행동을 계속할 경우 좋지 않은 결과가 있을 것임을 경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의 실효성 논란도 없지 않다. 제재 대상으로 지목된 개인과 기관은 이미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올라 있어 제재의 실효적 의미보다 상징성을 부각하기 위해 선정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조엘 위트 38노스 편집자는 “북한에 대해 가끔씩 반응하는 이 같은 접근법은 북한의 핵개발 위협을 저지하는 효과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발언에 이어 나온 이번 조치는 오바마 대통령이 남은 임기 2년 동안 북한에 대해 유화나 양보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 조치에 대해 북한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향후 북-미관계의 향배가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4일 “소니 해킹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는 국제적 여론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미국의 조치는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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