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은 6일 발간한 ‘2014 국방백서’에서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가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핵 탑재 미사일의 실전 배치 증거는 없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핵 능력이 실질적 위협으로 떠올랐지만 핵미사일 실체는 파악된 게 없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군이 북핵 위협을 과소평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한두 차례의 핵실험 이후 몇 년 만에 핵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 군 소식통은 “북한도 그 수준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의 핵 공격 위협이 ‘임박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 북, 핵탄두 소형화로 남한 전역이 핵 사정권에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를 달성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3차 핵실험 직후인 2013년 2월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해 노동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4월 미국 국방정보국(DIA)은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핵탄두를 개발했다”는 보고서를 냈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도 지난해 10월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해 미사일에 탑재할 능력을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나라마다 다르지만 통상 핵탄두 소형화는 ‘지름 90cm, 무게 1t 미만’을 기준으로 삼는다. 핵탄두를 작게 만들면 탄도미사일에 실어 더 멀리 보낼 수 있어 위협적이다. 북한이 개발 중인 핵탄두는 700kg 안팎인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이 규모의 핵탄두는 ICBM은 아니라도 노동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다. 무게가 더 나갈 경우 노동미사일의 사거리(약 1300km)를 줄여도 한국의 대부분 지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합참 관계자는 “핵 탑재 미사일이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리는 순간 남북 간 군사적 균형은 완전히 붕괴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언제 어디서든 핵 공격을 감행할 수 있지만 한국은 제대로 된 방어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2020년대 초 구축될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나 킬체인(Kill Chain·북한의 핵 및 미사일 기지를 탐지 추적해 타격하는 시스템)도 한계가 많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집착하는 이유는 대미용이라는 분석이 많다. 북한이 ICBM에 핵탄두를 탑재한다면 미국을 직접 위협할 수 있다. 이는 북한이 남한에 대해 대규모 도발이나 전쟁을 벌이더라도 직접적인 북한의 위협에 직면한 미국이 한국 지원을 움츠리게 만드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방백서는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의 종류별 사거리에 대해 2012년에는 ‘대포동 6700km’라고 기술했지만 이번 국방백서에선 ‘대포동 2호 1만 km’라고 밝혔다.
○ 신무기 개발, 재래식 전력 강화에도 골몰
국방백서는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을 개발하는 한편 고속침투용 파도관통형 특수선박(VSV) 등 신무기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재래식 전력도 계속 강화해 왔다. 방사포(다연장로켓)를 700여 문 늘린 것을 비롯해 포병 전력을 증강하고 일부 기계화 부대를 증편해 전차는 100여 대, 장갑차는 200여 대가 늘어났다고 백서는 명기했다.
또한 유사시 아군의 포격을 피하고 대규모 기습남침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비무장지대(DMZ) 인근 모든 전선에 특수부대 침투용 대기시설을 만들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 전체 병력도 공군을 중심으로 2년 전보다 1만여 명 늘어났다”고 말했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 접경지역의 군사력 보강을 위해 12군단을 창설한 배경에 대해 합참 관계자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지시로 나진과 하산특구를 중심으로 러시아, 중국과의 경제협력에 대응해 군 차원의 국경 수비를 강화하는 조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일본의 독도 도발에 ‘엄중 대처’
일본의 독도 영유권 도발을 한일 관계 발전의 ‘장애요소’로 규정하고 강력 대처한다는 의지도 백서에 담겼다. 백서는 “명백한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인 독도에 대해 군은 강력한 수호 의지와 대비 태세를 확립하고 있으며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에 엄중 대처한다”고 기술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도 ‘1953년 8월 30일 설정된 이래 지켜져 온 남북 간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이라는 기존 문구 외에 ‘한미 국방장관이 NLL의 실질적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준수할 것을 촉구하였다’는 표현을 추가해 NLL 수호 의지를 재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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