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사는 강모 씨(49). 대기업 종합상사에 다녔지만 3년 전 임원승진에서 밀려나면서 자연스럽게 명예퇴직으로 회사를 나왔다. 그는 보험회사 판매원으로 새 인생을 시작했지만 실적에 따라 돈을 받는 개인사업자 신분이어서 수입이 일정하지 않아 늘 불안하다. 평균적으로는 억대 연봉을 바라봤던 대기업 고참 부장이었던 때에 비해 4분의 1 가까이 수입이 줄어든 상황. 자가(自家) 주택에 살고 교직에 있는 부인의 수입이 있어 그나마 괜찮지만 두 아들 모두 대학교에 다니고 있어 등록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강 씨는 “경제적으로 좋지 않으니 스스로 위축돼 동창회 등 모임에 점점 나가지 않게 된다”고 털어놨다.
강 씨는 현대경제연구원이 조사한 ‘현재 한국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불행한 사람’의 모습에 가깝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에 종사하는 40대 대졸 이혼남’이 경제적으로 가장 불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장 행복한 사람은 ‘20대 미혼 여성인 전문직 종사자’였다.
7일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성인남녀 812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토대로 ‘경제적 행복 추이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경제적 행복’이란 ‘개인이 경제적 요인과 관련해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상태’로, 현대경제연구원은 2007년 12월부터 1년에 두 차례 경제적 행복 지수를 조사하고 있다. 경제적 행복지수는 경제적 안정 등 5개 요소와 전반적인 행복감에 대해 응답자에게 점수로 물어본 뒤 이를 0~100점까지 지수화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적으로 가장 불행한 집단은 40대, 이혼, 자영업, 남성, 대졸이었다. 반면 가장 행복한 집단은 20대, 미혼, 전문직, 여성, 대학원 졸업자였다.
지금까지의 조사에서는 나이가 많을수록 경제적 행복이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50·60대 중·노년층의 행복지수가 높아져 40대가 가장 불행한 집단이 됐다. 60세 이상 고령층의 경제적 행복지수는 6개월 전(36.7)에 비해 8.2포인트 상승해 역대 최고치(44.9)를 기록한 반면, 40대는 40.9로 6개월 전(46.2)보다 하락했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지난해 7월 확대 시행된 기초노령연금 제도의 효과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또 이전까지는 학력이 높을수록 행복감이 높았지만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대학졸업자의 행복지수(43.8)가 고졸(45.0)보다 낮아졌다. 연구원은 대졸자의 취업난과 함께 고졸을 차별했던 불합리한 관행들이 개선된 때문으로 보고 있다. ‘경제적 행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노후준비 부족’(24.8%)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 외에는 자녀교육(22.6%), 주택문제(16.6%), 일자리 부족(16.3%) 순이었다. 나이에 따라 20대는 ‘일자리 부족’, 30대는 ‘주택문제’, 40대는 ‘자녀 교육’, 50대와 60세 이상은 ‘노후준비 부족’이라는 응답을 가장 많이 해 차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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