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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주제는 ‘배려’]<4>다른 삶의 만남, 그 이름은 부부
“너도 이제 좋은 날 다 갔구나.”
결혼할 여자가 생겼다고 알렸더니 기혼남 친구들이 툭 던진 반응이라고 한다. 경남 창원시의 수의사 변모 씨(32)는 “‘아이까지 생기면 남자는 돈만 열심히 벌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여자친구도 마찬가지. “남자들은 데이트할 때까지만 잘해주지, 결혼 후에는 그동안 받은 것 이상으로 헌신만 해야 한다”는 푸념 섞인 친구들의 말에 겁이 덜컥 났다고 한다.
○ 부부 관계가 주춧돌인데…
살다 보면 가정이든 직장에서든 갈등은 생기기 마련이다. 세상살이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부가 갈등 해결에 좀 더 익숙해지면 이혼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자녀와의 갈등, 가정 밖에서의 문제들 역시 많이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황현호 한국부부행복코칭센터 소장은 “가정의 중심에 있는 부부가 서로를 볼 때 행복해야 각자 사회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고 자녀도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변 씨가 걱정하는 것처럼 지금 한국 부부의 실상은 어두워 보인다. 통계청의 ‘2014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꼭 하겠다’는 미혼 여성은 38.7%에 불과했다. 미혼 남성 역시 51.8%만 결혼에 적극적이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대답한 비율은 남자 41.6%, 여자 55.0%였다.
불황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감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헌신할 생각이 없어서다. 과거에는 주로 여성이 남편과 자녀를 배려했고 때로는 그들을 위해 희생도 마다하지 않았다. 요즘 남성과 똑같이 고등교육을 받고 자란 젊은 여성은 이제 그렇게 살면 손해라고 판단한다. 남자 역시 책임을 피하려 들긴 마찬가지다. 남성들은 집 마련이나 경제적 부담은 남자에게 지우면서 본인의 음식값 계산조차 남자에게 미루는 여성을 인터넷에서 ‘김치녀’라는 속어로 부르며 비난한다.
○ ‘배려’가 바꿔놓은 부부의 삶
이런 갈등은 결국 배우자에게 배려하고 양보하는 데서 해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결혼한 직장인 백승훈 씨(32)는 갈등이 생길 때마다 결혼 주례사를 되새긴다. 대학 시절 지도교수는 주례석에서 “모든 것을 함께 한다는 생각은 버리고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면서 꾸준히 배려하라”고 당부했다.
백 씨 부부는 먼저 퇴근하는 사람이 청소 빨래 설거지 순으로 집안일을 먼저 시작한다. 맞벌이를 하면서 일을 나누는 것은 당연하고 조금이라도 더 여유 있는 사람이 많은 일을 하는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각자의 취미 활동도 잘 이어가고 있다. 10년 넘게 친 테니스를 계속 즐기기 위해 백 씨는 주말 낮이던 운동 시간을 일요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로 바꿨다. 취미가 가정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아내가 고마워하는 상황. 스킨스쿠버를 좋아하는 아내가 1년에 한두 번 해외에 나간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다.
○ 가정의 울타리 넘는 배려 습관
사실 부부는 서로 자주 보고 자세히 알기 때문에 오히려 갈등이 생길 위험성도 큰 관계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과의 갈등을 줄이고 배려하는 방법을 깨닫는 것은 사회적인 의미도 크다.
4년 전 결혼해 25개월 된 아들을 키우는 정한길 씨(32)와 나미영 씨(34·여) 부부. 두 사람은 아이에게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상황에서는 서로에게 최대한 여유를 주는 것이 좋은 배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 씨가 휴직하고 집에서 아이를 보고 있어 아이와 몸으로 놀아주는 활동적인 역할은 정 씨의 몫으로 정해 놨다. 그 대신에 원래 남편이 하기로 했던 설거지는 나 씨가 하기로 했다. 아버지가 아이와 소통하고 놀아주는 시간이 소중한 만큼, 다른 일은 사정에 따라 분배한다.
초등학교 교사인 정 씨는 “나에게 여유를 주려는 아내의 배려가 얼마나 고마운지 깨달으면서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자유와 여유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얘기했다.
가정의 경험이 사회생활에서도 자연스럽게 표출되기 마련이다. 정현숙 상명대 가족복지학과 교수는 “가정 안에서 배려 습관을 들인 부부가 직장이나 학교 등 다른 곳에서도 더 쉽게 배려하고 양보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독자 여러분의 의견과 제안을 e메일(change2015@donga.com)로 보내주시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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