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에게는 ‘집념의 정치인’이라는 수사가 따라다닌다. 그는 1992년 정계에 입문한 뒤 “최종 목표는 대통령비서실장”이라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비서실장을 지낸 뒤에는 “야당의 원내총무가 마지막 목표”라고 말했다. 당의 원내대표를 두 번이나 지낸 그가 이번엔 당 대표직에 도전한다. 박 의원은 지난해 11월 문재인 이인영 의원 등 다른 당권 후보들보다 먼저 당권 도전을 선언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당내 일각에선 이를 두고 ‘권력욕이 강한 정치인’이라는 비판도 있다.
박 의원은 8일 동아일보와 만나 “나에겐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당선시킨 승리의 유전자(DNA)가 있다”며 “오로지 민주당(박 의원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을 섞어서 사용했다) 집권을 위해 당 대표에 도전했다”고 강조했다. “DJ는 행동하는 양심을 강조했다. 최고의 행동하는 양심은 ‘정권교체’다”라고도 했다. 정권교체를 위한 ‘킹메이커’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가 당 대표를 뽑는 것이지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게 아니다”라며 잠재적 대권 주자인 문재인 의원을 향해 날을 세웠다. “대선에 나갈 사람은 옛 통합진보당과의 연대 등 민감한 이슈에 좌고우면할 수밖에 없다. 당 대표는 대통령 후보를 위해 악역을 맡고 방패도 돼줄 수 있는 나 같은 사람이 해야 한다.”
그러나 박 의원이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당내에선 그가 ‘구시대 정치인’의 이미지가 강해 대중정당의 대표로서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DJ의 동교동 가신에 대해 국민이 구태, 음회(陰晦)한 정치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내가 이걸 상속받아 유산으로 지키고 있다. 이를 아니라고 변명하는 것은 (동교동계를) 배신하는 것이기에 내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지금 새정치연합에는 기강도 리더십도 없다. 이 위기에 경험과 경륜과 카리스마를 갖추고 과감하게 순발력 있게 치고 나가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인터뷰 내내 “호남은 우리 당의 뿌리” “전국에 1000만 명의 호남 출신들이 당을 지키고 있다” 등의 말을 쏟아내며 호남을 강조했다. 그가 당권을 잡으면 결국 ‘호남당’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는 “(지금 당내에) 호남 출신의 대통령 후보는 없다. 오히려 친노(친노무현)계가 다수다. 그들이 ‘꿩 먹고 알 먹고’ 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당 대표는 호남에서, 대통령은 다른 곳에서 후보를 내자”고 제안했다.
새정치연합은 지금 위기다. 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무소속 돌풍에 밀렸다. 7·30 재·보궐선거 때는 안방인 전남 순천-곡성을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에게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호남 지역에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DJ는 2000년 당내 요구를 받아들여 권노갑 상임고문을 2선으로 후퇴시켰다. 박 의원도 당 대표가 되면 이런 인적쇄신을 추진할 것이냐고 묻자 “인적쇄신은 호남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수도권에도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개혁 공천을 해야 한다는 원칙론은 강조하면서도 ‘호남 물갈이’론에 대해선 모호하게 피해간 것이다. 그의 꿈이 ‘정권교체’라는 DJ의 유훈을 계승하는 것으로 인정받을지, 아니면 ‘개인적인 권력의지’로 평가절하 될지는 2월 8일 전대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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