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언론사 테러]드골-교황-랍비 거침없는 풍자… ‘웃기는 김정은’ 만평 실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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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리 에브도’ 비판정신과 희생자들

샤를리 에브도가 게재했던 성역 없는 풍자만화들. [1]은 하느님에게 샴푸를 했느냐고 묻는 현대적인 교황을 풍자했고 [2]는 ‘사랑은 증오보다 강하다’는 내용으로 이슬람과 샤를리 에브도가 키스하는 장면을 그렸다. [3]은 영화 ‘언터처블’을 패러디해 무슬림과 유대인의 관계를 풍자했고 [4]는 벌거벗은 무함마드가 “내 엉덩이 맘에 들어요?”라고 묻는 그림으로 이슬람의 영화 검열을 풍자했다. □5는 소니 픽처스가 영화 ‘인터뷰’ 상영 중단 결정을 한 데 대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엉덩이를 핥는 짓’이라고 조롱했다.
샤를리 에브도가 게재했던 성역 없는 풍자만화들. [1]은 하느님에게 샴푸를 했느냐고 묻는 현대적인 교황을 풍자했고 [2]는 ‘사랑은 증오보다 강하다’는 내용으로 이슬람과 샤를리 에브도가 키스하는 장면을 그렸다. [3]은 영화 ‘언터처블’을 패러디해 무슬림과 유대인의 관계를 풍자했고 [4]는 벌거벗은 무함마드가 “내 엉덩이 맘에 들어요?”라고 묻는 그림으로 이슬람의 영화 검열을 풍자했다. □5는 소니 픽처스가 영화 ‘인터뷰’ 상영 중단 결정을 한 데 대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엉덩이를 핥는 짓’이라고 조롱했다.
이번에 숨진 샤를리 에브도 희생자 9명 중에는 세계적 만화가가 4명이나 포함돼 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좌장 격인 조르주 볼랭스키(81). 프랑스 식민지였던 이슬람 국가 튀니지에서 태어난 그는 1960년 창간된 샤를리 에브도의 전신인 ‘하라키리’에 정치 만평과 성 풍자 만화를 게재하며 명성을 얻었다. 1992년 샤를리 에브도의 재창간 멤버로 참여했고 일간지 리베라시옹과 주간지 파리 마치에도 만평을 실으며 프랑스를 대표하는 만평가로 이름을 날렸다. 2005년 앙굴렘 페스티벌 그랑프리를 수상했고 레지옹 도뇌르 훈장도 받았다.

카뷔란 필명으로 유명한 장 카뷔(77) 역시 하라키리 창간 때부터 참여한 샤를리 에브도의 ‘살아 있는 역사’였다. 특히 단순 무식한 보수파 남성 캐릭터를 풍자한 ‘몽 보프’ 시리즈와 소심한 10대 청소년을 등장시킨 ‘르 그랑 뒤뒤슈’ 시리즈로 큰 인기를 끌었다. 영화감독 장뤼크 고다르로부터 ‘프랑스 최고의 저널리스트’란 찬사도 들었다. 샤를리 에브도의 이슬람 비판의 시발점이 된 2006년 2월 9일자 표지 삽화가 바로 그의 작품이다.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가 “바보들에게 사랑받는 건 힘들어”라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다.

샤브르란 필명의 만화가이자 편집장인 스테판 샤르보니에(47)는 샤를리 에브도 2세대를 대표하는 만평가다. 그는 샤를리 에브도 재창간을 주도했던 코미디언이자 언론인인 필리프 발(63)이 2009년 프랑스 공영 라디오채널인 ‘프랑스 앵테르’ 국장으로 임명되자 편집장 자리를 물려받아 길들여지지 않는 풍자 본능을 대변해 왔다. 특히 2011년 11월 ‘샤리아(이슬람 율법) 에브도’라는 특별판 발행 직후 화염병 세례를 받고 사무실이 전소됐을 때 “이슬람이 뭔지도 모르는 바보들이 자신들의 종교를 배신하는 짓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2012년 9월 19일자로 무함마드 누드풍자화를 게재한 뒤에는 “나는 잃을 게 없는 사람이다. 아이도 없고 아내도 없다. 차도 없고 신용카드도 없다. 약간 잘난 척하는 것 같지만 무릎을 꿇고 사느니 서서 죽는 것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티뉴스라는 필명의 베르나르 벨라크(58)는 1980년대부터 시사주간지 마리안과 렉스프레스의 만평가로 명성을 떨쳤다. 2011년 우파인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시절을 실명 비판한 ‘사르코지 아래서 5년’이란 책을 써낸 작가이기도 하다.

테러 발생 직전 ‘이슬람국가(IS)’의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를 풍자한 삽화를 올린 만화가도 있었다. 1992년부터 샤를리 에브도에서 삽화가로 일해 온 필리프 오노레(73)다. 그는 바그다디가 미군 폭격으로 부상했을 것이라는 보도를 연상시키도록 “새해엔 무엇보다 건강을!”이라고 말하는 삽화를 사건 발생 몇 시간 전 트위터에 올렸다.

이번 희생자 중에는 유명 시사평론가이자 경제학자인 베르나르 마리(68)도 포함돼 있다. 파리8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그는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미시경제학을 가르쳤고 페루 중앙은행에서도 일한 경험을 살려 프랑스 TV 토론에도 단골로 출연하며 미국 중심의 세계화를 날카롭게 비판해 왔다. 매주 ‘엉클 베르나르’라는 칼럼을 샤를리 에브도에 게재해 왔다.

한편 샤를리 에브도의 풍자 대상은 이슬람만이 아니었다. 프랑스 5공화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샤를 드골 대통령을 필두로 교황 베네딕토 16세나 유대교 랍비도 풍자와 조롱의 대상이었다. 최근엔 소니픽처스의 영화 ‘인터뷰’ 상영 중단 결정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엉덩이를 핥는 짓이라고 풍자했다.

샤를리 에브도는 다음 주에도 잡지를 예정대로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트리크 펠루 칼럼니스트는 8일 “테러 공격에 굴하지 않고 14일 예정대로 다음 호를 발행할 것이며 이를 위해 남은 직원들이 곧 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주 힘든 상황이고 우리 모두 슬픔과 공포로 고통 받고 있다”면서 “그러나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우리는 (잡지 발행을) 해낼 것이다. 어리석음은 승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남은 직원들이 현재 출입이 전면 통제된 편집국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작업해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프랑스 언론사 테러#샤를리 에브도#풍자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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