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부터 80년대까지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위해 ‘국제시장’ 제작진은 오랜 취재를 거쳤다. 영화 속 에피소드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허구일까. 알쏭달쏭한 다섯 가지 에피소드의 진실과 거짓을 가렸다.
[1] 가수 남진은 베트남전에서 ‘저 푸른 초원 위에∼’를 불렀을까
해병대 출신인 남진은 1969년 참전해 1971년 전역했다. 그러나 영화에서 덕수가 남진을 만난 시기는 1974년으로 한참 뒤다. 남진은 베트남에서 주로 수색과 보급, 연희 담당을 맡았지만 영화처럼 총격전을 하진 않았다. 또 영화에선 남진이 베트남에서 ‘님과 함께’를 부르지만 이 노래를 남진이 발표한 건 전역한 이후였다.
[2] 부산 ‘국제시장’엔 실제 ‘꽃분이네’라는 가게가 있었나
덕수네 가족이 운영하는 ‘꽃분이네’ 잡화점은 시나리오 작가가 만든 허구의 가게다. 꽃분이네 촬영 장소는 실제 국제시장 안에 위치한 ‘영신상회’다. 영화에서는 수입 잡화점이지만 ‘영신상회’는 양말 스카프 허리띠 시계 등을 판다. 영화가 흥행해 관광객이 몰리자 아예 간판을 ‘꽃분이네’로 바꿔 달았다.
[3] 파독 광부를 뽑을 때 정말 쌀가마니 들기 테스트를 했나
파독 광부 선발 시 초반 경쟁률은 100 대 1 정도로 높았다. 선발 방식은 여러 차례 바뀌어 일부는 ‘쌀가마니 테스트’를 했지만 쌀가마니를 들지 않고 뽑힌 사람도 많다. 광부로 뽑힌 덕수가 영화에선 1963년 보잉 747기를 타고 독일로 떠나지만 이 비행기는 1970년부터 운항해 시기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4] 흥남철수 장면에 묘사된 것처럼 미국 화물선이 피란민을 태우기 위해 무기를 버렸나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흥남부두에서 1만4000명의 피란민을 태워 거제도로 간 건 역사적 사실이다. 이 배는 단일 선박으로 가장 큰 규모의 구조작전에 성공해 기네스북에도 기재됐다. 영화처럼 당시 미 10군단 고문인 현봉학 박사가 지휘관과 선장을 설득한 것도 맞다. 다만 승선 인원이 60명이던 이 배에서 피란민을 태우기 위해 영화처럼 무기를 버렸는지 항공유를 포함한 군수품을 버렸는지는 의견이 갈린다.
[5] 이산가족 찾기 장면 속 TV 화면은 진짜인가
그 장면은 독일 탄광과 함께 제작진이 장소를 찾느라 어려움을 겪은 장면이다. 1983년 이산가족 찾기가 진행된 KBS 구식 스튜디오가 남아 있지 않아 남원 KBS에서 촬영했다. 여의도광장도 공원으로 바뀌어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찍었다. 광장을 도배한 벽보는 제작진이 한 명당 10장씩 써와 2000여 장을 만들어 냈다. 대부분 재현이지만 영화에 나오는 TV 속 이산가족 화면은 당시 방송된 실제 화면을 그대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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