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수석비서관회의’가 없어져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토요일인 10일 오전 청와대로 나와 김영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사표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올렸다. 박 대통령은 이를 즉각 수리했다. 김 비서실장이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출석을 거부한 김 전 수석을 “(박 대통령에게) 해임하도록 건의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사표 수리가 속전속결로 이뤄진 것이다.
청와대는 집권 3년 차가 시작되는 새해 벽두부터 터져 나온 김 전 수석의 ‘항명 파동’을 빨리 수습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자칫하면 박 대통령의 국정장악 능력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초대형 악재’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실장과 김 전 수석 간의 갈등설이 번지면서 이번 파문이 정치 쟁점으로 커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김 전 수석은 사석에서 김 비서실장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토로했다고 한다. 김 실장이 박 대통령을 잘못 모시고 있다는 취지의 얘기였다. 그는 9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뒤 통음(痛飮)을 했다고 한다.
김 전 수석은 또 사석에서 “민정수석 7개월간 하면서 대통령에게 대면보고를 제대로 한 적이 없다”며 “‘정윤회 동향’ 문건 사건 조사에서도 완전히 배제됐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그와 가까운 인사들은 “김 전 수석이 문건 조사에서 배제된 상황을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없어 결국 (민정수석을) 그만두기로 한 것 같다”며 이 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김 전 수석은 사의를 표명하면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정윤회 문건 사건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이 김 실장과의 불화로 사의를 표명하는 사태에까지 이르게 됐다면 김 실장을 둘러싼 거취 논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두 사람 간 갈등설을 부인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1일 “그런 소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강골 검사 출신인 김 전 수석이 자신의 소신을 지나치게 주장하면서 항명 사태로까지 번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의 스타일에 오히려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다.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이 이 문제를 어떻게 정리할지 주목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