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일명 ‘송파 세 모녀 사건’의 당사자인 박모 씨(당시 61세·여)는 생활고를 비관해 두 딸과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 씨는 남편과 사별한 후 식당일을 하며 병든 두 딸을 부양해왔지만 퇴근 도중 빙판길에서 넘어져 팔을 다치는 바람에 일을 그만뒀다. 생계가 막막했지만 박 씨 가족은 정부로부터 어떠한 구제 혜택도 받지 못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었고, 긴급복지지원금도 제도가 있는 줄 몰라 신청하지 못했다. 특히 퇴근길에 당한 사고는 통상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아 산업재해보상금도 받지 못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13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박 씨처럼 출근길이나 퇴근길에 부상을 당하거나 사망해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산재보험법 37조는 사업주가 제공한 통근버스 등 교통수단 외에 자신이 직접 운전을 하거나 도보, 대중교통수단 등으로 출퇴근을 하다가 당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13년 헌법재판소는 산재보험법 37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재판관 9명 중 5명(위헌 정족수는 6명)이 위헌 의견을 내기도 했다. 국회에도 출퇴근길 사고를 산재로 인정하는 법안이 다수 계류돼 있지만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출퇴근길 사고이더라도 본인이 평소 자주 이용하는 출퇴근길 경로 안에 포함돼 있어야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퇴근길에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 등은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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