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꼭 필요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지만 많은 이들이 무시하는 직업인이 있다. 경비원과 환경미화원이 대표적이다. 박봉과 열악한 근무환경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따로 있다. 자신의 직업에 자긍심은커녕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주변 사람들의 예의 없는 말 한마디와 태도다.
독자들의 의견을 받는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취재팀의 e메일(change2015@donga.com)로 8일 한 통의 편지가 왔다. 경기 용인시에 있는 한 대단지 아파트의 경비 일을 6개월째 하고 있는 서수용(가명·63) 씨. 자신이 근무하는 아파트에서는 ‘인사의 힘’ 덕분에 입주민과 경비원들 사이에 소통이 잘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서 씨는 “마주쳤을 때 주민들이 눈으로 살짝 인사를 한다거나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마음의 장벽을 낮추는 데 큰 힘이 된다”고 소개했다.
인사는 일방적이지 않다. 서 씨는 학생들이 등교할 때 “잘 다녀오시게” “파이팅” “오늘도 잘 지내거라”라고 밝게 먼저 인사한다.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며 도망가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20일 정도 먼저 주민들에게 인사하다 보니 상대방의 반응이 확연하게 달라졌다고 한다. 처음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싸늘하게 스쳐 지나갔던 30대 아기 엄마가 웃기 시작했다. 늦은 밤 학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학생 소녀 3명은 음료수 한 병을 들고 와 “추운데 따뜻한 음료수 드세요”라며 건네주었다고 한다. 서 씨는 “먼저 인사하고 배려하는 쪽이 갑(甲)이라고 생각하며 일한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들 역시 말 한마디에 웃고 운다. 2012년 서울 성북구는 이 지역 거리와 공중화장실을 청소하는 환경미화원 50여 명의 이야기를 모아 ‘머물다 간 자리가 아름다우면 머문 사람도 아름답습니다’라는 수기집을 발표했다. 이들은 “나를 부를 때 ‘쓰레기’라고 부르던 사람이 있어서 가슴이 아팠다” “날 생각해주는 거라면서 먹다 남은 음식을 먹으라고 강요할 때 비참했다”고 고백했다. 이들은 가장 힘을 얻었던 말로 ‘궂은일 해줘서 고맙다’ ‘깨끗한 동네를 위해 애써줘서 감사하다’를 꼽았다.
한마디 말은 일하는 흥을 돋워 준다. 울산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정직한 씨(30)는 “내가 만든 커피를 마시고 손님이 ‘맛있다’ ‘기분이 좋아졌다’고 얘기해 주는 것 이상의 칭찬은 없다”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또 오세요’라는 직원의 인사말에 손님이 응답해 주거나 들었다는 눈짓만이라도 해주면 그날 일이 더 잘 풀린다고 한다.
사람 사이의 문제는 거창한 국가적 정책이 아니라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말 한마디로도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 “베푸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갑이다”라는 경비원 서 씨의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아침마다 마주치는 타인에게 웃는 낯으로 건네는 ‘안녕하세요’ 그 짧은 인사 한마디면 삭막한 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듯하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독자 여러분의 의견과 제안을 e메일(change2015@donga.com)로 보내주시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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