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회 의원회관의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실을 찾았을 때 이 의원의 손등에 붙어있는 반창고가 눈에 들어왔다. 병원에 다녀온 지 얼마 안 된 듯했다. “체중이 제법 줄었다. 목소리도 변했고 어지럼증도 있다. 내 팔자가 좀 그런가 봐요”라며 웃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후 7개월을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진도 팽목항에서 보낸 그는 원내대표 이야기만 나오면 손사래를 친다. 지난해 말 퇴임 당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직자의 참된 모습을 보여줬다”는 극찬을 받았던 이 의원은 “그 얘기(원내대표 출마)는 하면 안 되는데, 아직 꺼낼 때가 못 돼요”라며 손을 저었다.
물 위에 조용히 떠있는 백조의 물 아래 발은 부단히 움직인다고 했던가. 새해 들어 그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국회에 복귀한 후 당의 공식회의는 물론이고 친박(친박근혜)계의 신년 모임에도, 서울시당 신년 인사회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주말에는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고 직접 의원들의 지역구를 찾아 ‘밀착 스킨십’을 한다고 한다. 이미 2월 초까지 웬만한 점심, 저녁 약속은 다 잡혀 있다고 한다. 원내대표 4수에 나서는 결의가 엿보인다.
또다시 물었다. ‘당 대표에 이어 원내대표까지 부산경남(PK) 출신이면 내년 총선을 어떻게 치르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하자 “원내대표 선거는 5월인데 지금 거론하는 자체가 안 맞다”며 정색을 했다. 국무총리 입각설을 물었으나 “그건 아닐 거 같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오히려 “당이 잘돼야 하니까 당이 화합돼야 한다”며 “너무 친이·친박이 심하다. 계파가 없는 당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너무 원론적인 답변만 이어졌다. 여의도에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굳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린 듯했다.
이 의원은 원조 ‘친박(친박근혜)이 아니다. 2012년 대선 때 ‘특보단장’을 맡으며 범박(범박근혜)으로 분류된다. 친박도 친이(친이명박)에게도 거부감은 없지만 어느 한쪽에서 확실한 지지세를 갖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그동안 원내대표 경선에서 ‘뒷심’이 밀린 이유다.
당 안팎에선 이번에는 양상이 조금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대처 과정에서 보여준 이 의원의 리더십을 극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지난해 12월 30일 친박계 모임 참석으로 친박계 지지를 이끌어낼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의원은 박 대통령의 칭찬에 대해서는 “과분한 말씀”이라며 웃어 넘겼다. 친박계 모임에 참석한 데 대해선 “연말 모임을 한다고 해서 간 것이고 내가 4선이라 7선인 서청원 의원 옆에 앉게 된 것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대신 이 의원은 보수정당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는 “경제 분야에서는 빈부격차,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더 강화하고 남북통일 기반을 닦는 것, 그것이 보수정당의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총선에 대해서는 “경제가 큰 이슈가 될 텐데, 이제 복지 경쟁은 국민들의 신뢰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예민한 문제에는 목소리를 낮췄다. 개헌론이나 박세일 여의도연구원장 내정에 대한 생각 등에 대해 “노 코멘트”라고 했다.
5월 원내대표 경선까지 정국은 몇 차례 등락을 거듭한다. 친박의 결집력이 지속될지, 당청 관계가 순항할 수 있을지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원내대표 4수 도전장을 앞둔 그에게 놓인 과제가 만만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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