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광고총량제는 지상파만 살찌워… 영세채널 고사할 것
[2]다채널서비스 3월 시작
EBS채널 늘면 他교육채널 타격… 혜택 볼수있는 가구도 6%뿐
[3] 지상파 초고화질 방송 지원
2700만가구가 보는 유료채널 외면… 지상파에 주파수 몰아주기 우려
방송통신위원회 등 5개 부처가 15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2015년 업무 계획 가운데 방송 관련 제도 개선과 신서비스 도입은 ‘지상파 민원 해결용’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특히 방송 콘텐츠 투자 확대를 위해 도입하겠다는 지상파 총량제와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는 시장을 키우기는커녕 유료 방송만 고사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큰 그림 없이 지상파에 끌려다니다 방송계의 ‘진정한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골든타임’까지 놓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 지상파 총량제 도입으로 시장 왜곡
지상파 총량제 도입은 유료 방송 업계뿐만 아니라 신문 등 다른 매체도 지속적으로 반대해 온 정책이다. 지상파 총량제 도입이란 현재 프로그램 광고(시간당 6분), 토막광고(회당 1분 30초) 등 유형별로 엄격하게 규제돼 있는 지상파의 광고 형식 규제를 없애겠다는 정책이다. 총량제가 도입되면 ‘무한도전’ 등 인기 방송 전후에 광고를 더 많이 할 수 있게 된다. 권호영 한국콘텐츠진흥원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9월 30일 방송학회 세미나에서 “지상파 방송에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 지상파에 최대 연간 2750억 원이 넘는 광고가 더 쏠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이번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이 정책을 주요 핵심 과제로 포함시켰다. 한 유료방송채널 대표는 “방통위가 지상파 방송의 압력에 못 이겨 총량제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 전문가들은 총량제가 도입되면 현재 지상파 방송이 방송 광고의 70%를 가져가는 시장의 왜곡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지상파 총량제가 도입되면 영세 유료 방송채널(PP)은 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 MMS 도입은 유료 방송 고사 정책
이르면 오는 3월 시작하겠다고 밝힌 EBS의 지상파 다채널서비스(MMS)도 논란이 크다. 정부는 새로운 방송 서비스라고 포장했지만 MMS는 낮은 도입 효과로 인해 과거 10여 년간 지연됐던 서비스다.
MMS란 기존 방송 채널에서 2, 3개 채널을 더 방송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MMS가 도입되면 EBS 채널이 13-1, 13-2 등으로 늘어난다. 지상파 채널이 더 늘어나는 만큼 교육 관련 중소 유료 방송 사업자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
방통위는 무료 교육 채널인 EBS에만 MMS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선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현재 KBS도 MMS 허용을 요구하고 있어 다른 지상파 채널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현재 지상파 직접 수신율이 6% 정도에 불과한 상황에서 효용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MMS가 도입돼도 지상파로 혜택을 볼 수 있는 가구는 100가구 가운데 6가구에 불과하다. 결국 EBS가 케이블TV와 인터넷TV(IPTV)에 재전송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교육채널이 타격을 받게 된다. ○ UHD, 지상파에 주파수 몰아주기
방통위는 초고화질(UHD) 서비스의 ‘지상파 정책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지상파 3사는 UHD 방송 용도로 700MHz 주파수를 할당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상파 UHD 지원 방안이 ‘지상파에 700MHz를 몰아주는 정책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게다가 지상파 방송사가 당장 UHD 상용 방송을 시작한다고 해도 이 방식으로 제작된 콘텐츠가 많지 않아 대다수 국민이 혜택을 보지 못한다. 현재 전국의 2700만여 가구가 케이블TV, IPTV 등 유료 방송을 통해 TV를 시청하는 만큼 오히려 유료 방송 UHD 서비스를 더 활성화시키는 게 복지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다.
방통위가 이처럼 일방적으로 지상파에만 유리한 정책을 청와대에 보고한 이유는 구조적 문제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통위 최고결정기구인 상임위는 대통령 추천 2인과 여당 추천 1인, 야당 추천 2인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역대 방통위 상임위에는 지상파 출신 인사가 1, 2명씩 꼭 포함돼 왔다. 현 3기에선 여당 추천위원인 허원제 부위원장이 SBS 출신이다. 성기현 티브로드 전무는 “방송 산업에는 지상파 방송만 있는 것이 아닌데 정부가 지상파를 위한 정책을 펼치는 것 같다”며 “방송 시장이 확대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이 한쪽으로 쏠리면 방송의 다양성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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