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 찾아가 ‘등록금 동결’ 항복 받아낸 교육부 장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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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그제 산학 협력과 국제교류 현황을 살펴보겠다며 이화여대를 방문했다. 교육부의 대학담당 국장과 과장들도 대거 동행했다. 그러나 산학 협력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돌출 발언이 황 장관과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대면한 자리에서 나왔다. 최 총장이 “반값 등록금 정책을 위한 정부 취지에 따라 등록금을 동결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화여대는 올해 등록금을 2.4% 인상하겠다고 예고해 놓은 상태다. 이화여대 측은 황 장관 앞에서 “올해 등록금 인상은 없다”며 입장을 바꿨다. 황 장관의 실제 방문 목적이 등록금 인상을 못하도록 무언의 압력을 가하는 것이었고, 이화여대는 교육부 위세에 눌려 굴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등록금 인상 억제 기조에 따라 이화여대는 2012년에 3.5%, 2013년에 1.5%, 2014년에 0.6% 등록금을 인하했다. 그러나 3년 연속 등록금 인하로 재정 압박이 심해지면서 올해 인상을 계획했다. 교육부는 이번 장관 방문을 통해 이화여대를 본보기로 삼아 다른 대학에까지 등록금 인상 억제를 이끌어내려는 계산이었던 듯하다. 이화여대도 등록금을 인상하면 정부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뒤로 물러섰다.

미국에서는 주립대만 등록금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립대조차 등록금을 마음대로 올리지 못한다. 등록금 인상률이 직전 3개 연도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고등교육법이 시행되고 있다. 문제는 이 범위 내에서도 대학들이 등록금을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등록금을 인상하면 국가장학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뿐 아니라 신입생 모집에도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교육부는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 사업의 평가지표에 등록금 인하율을 반영해 사실상 등록금을 통제하고 있다.

이화여대가 등록금 인상을 ‘없던 일’로 하자 다른 대학들도 인상에 소극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물론 대학들도 교직원 복지 축소와 구조조정 없이 등록금에만 기대는 학교 운영을 지속해서는 곤란하지만 빈약한 대학 재정으로 대학경쟁력은 강해질 수 없다. 황 장관은 올해 주요 시책으로 대학경쟁력 강화를 내세웠다. 대학까지 찾아가 겁박할 요량이었으면 황 장관은 대학경쟁력 얘기를 처음부터 꺼내지 말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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