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먹다 토하자 다시 집어먹게 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인천 모 어린이집 폭행 파문]
보육교사 양씨 영장서 드러난 학대
버섯 반찬 안먹는다고 뺨 때리고 율동 못한다며 밀어 넘어뜨려
과거 근무지에서도 학대 정황… “3시간 넘게 창고 가뒀다” 소문도

“처음이라고요? 상습적이지 않다고요? 저희도 2012년 폐쇄회로(CC)TV를 보기 전까지는 그저 감정기복이 심한 정도인 줄만 알았습니다.”

인천 연수구 어린이집 4세 어린이 학대 사건의 가해자인 보육교사 양모 씨(33·여)가 15일 체포된 후 경찰에서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주장하자 A 씨는 어이없어했다. A 씨는 양 씨가 2011∼2013년 근무했던 연수구 내 B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냈다. 당시 3세 반을 맡고 있던 양 씨의 성격이 좀 급해 보였지만, A 씨는 원생 부모 앞에서 깍듯한 양 씨에게 문제가 있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 몸에서 이상한 멍을 발견했다. 아이가 집에서 ‘때찌때찌’ 하며 동생에게 때리는 시늉을 하기도 했는데 폭력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어린이집 원장에게 “CCTV를 당장 공개하라”고 했다. 화면 속 양 씨는 학부모에게 공손히 인사하던 선생님이 아니었다. 옷을 신경질적으로 갈아입히는 바람에 아이들 몸이 마치 허수아비처럼 위아래로 심하게 흔들렸고, 내동댕이치듯이 아이들을 의자에 앉히기도 했다. 부모들이 항의하자 원장은 “원래 CCTV 화면으로 보면 이상하게 보일 때가 있다”고 변명했다. 결정적인 ‘현장’을 잡지 못해 사건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A 씨는 “당시 엄마들 사이에서 양 씨가 그 이전 근무지인 충청 지역 어린이집에서 3시간 넘게 아이를 창고에 가둬 한 달 만에 잘리고 인천으로 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전했다. B어린이집에 다니던 C 군(당시 4세)은 2013년 초 “선생님이 귀를 잡아당기고 머리를 때렸다”고 집에 와서 여러 차례 얘기했다. 당시 C 군의 담임이 양 씨였다. C 군 부모는 “남자아이라 짓궂게 놀아서 그런 게 아니겠나 싶어 대수롭지 않게 여긴 걸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씨의 학대 사실에 대한 증언이 이어지면서 경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이번 어린이집 폭행 사건이 일어난 어린이집 학부모 4명이 제출한 폭력 피해 신고서를 조사한 결과 양 씨가 원생 2명을 때린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은 이날 양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1월 9일 낮잠 시간에 원생 11명에게 베개와 이불을 마구 던져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 △1월 8일 급식반찬으로 나온 김치를 여자 원생이 남겨 강제로 먹였지만 토해내자 이를 손으로 집어 먹게 한 뒤 체중을 실어 오른손으로 강하게 머리를 내리쳐 쓰러뜨린 혐의 △1월 8일 율동을 가르치다가 한 원생이 잘 따라 하지 못한다며 모자를 벗기고 어깨를 밀어 쓰러뜨린 혐의 △지난해 11월 급식 반찬으로 나온 버섯을 먹지 않았다는 이유로 “죽여버리겠다”며 여자 원생의 뺨을 때린 혐의 △율동 중인 원생들 앞에서 발을 들어 올려 때릴 듯이 위협한 혐의 등 총 5가지다. 양 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17일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양 씨는 피해 아동을 한 차례 때린 사실만 인정할 뿐 다른 혐의는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전국 어린이집 4만3752곳의 피해 실태를 조사하고 관계 부처에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를 요구하기로 했다.

노지현 isityou@donga.com·황성호 / 인천=황금천 기자
#어린이집#보육교사#학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아이들 어떻게 생활하나” CCTV 확인 인천 부평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이 16일 교실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화면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 이후로 CCTV 설치 의무화가 추진되고 있다. 인천=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아이들 어떻게 생활하나” CCTV 확인 인천 부평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이 16일 교실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화면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 이후로 CCTV 설치 의무화가 추진되고 있다. 인천=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