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숙박-카지노 한곳서… 싱가포르 모델로 관광 키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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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차 투자활성화 대책… 복합리조트 등 인프라 구축에 총력


#중국인 왕칭(王慶) 씨 가족은 2021년 9월 중추절 연휴를 맞아 인천의 경제자유구역 내 국내 대기업이 운영하는 복합리조트의 특급호텔을 찾았다. 왕 씨가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서 카드 게임을 즐기는 동안 왕 씨의 부인은 고급 쇼핑몰에서 한류 스타가 광고하는 한국산 화장품과 의류 쇼핑에 한창이다. 또 왕 씨의 자녀들이 테마파크에서 놀이기구를 타고 노는 동안 왕 씨의 모친은 복합리조트에 들어선 최고급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왕 씨 가족이 복합리조트에서 3일 동안 쓰고 간 돈은 1000만 원에 달했다.

정부 계획대로 2020년에 경제자유구역에 복합리조트가 추가로 완공되면 이런 일이 현실화돼 관광수입이 늘고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복합리조트란 카지노를 중심으로 특급호텔, 회의시설, 레스토랑, 쇼핑몰 등이 연계된 리조트를 말한다.

정부가 18일 내놓은 ‘제7차 투자활성화 대책’에는 복합리조트 2곳 추가 건설을 비롯해 시내면세점 4곳 확충, 호텔 건설자금 1조 원 추가 공급과 같은 ‘관광 인프라 구축’이 신규 투자 창출의 핵심 과제로 담겼다.

○ 싱가포르 성공모델 벤치마킹

정부는 조선, 철강 등 기존 주력 제조업에 대한 투자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투자처로 관광 서비스업을 택했다.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는 과정에서 민간의 투자를 유도하는 한편 외국인 관광객을 국내로 불러들여 돈을 쓰게 함으로써 내수시장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가 새로운 관광 명소 개발의 첨병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3곳에서 복합리조트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파라다이스가 지난해 인천 영종도에서 착공했다. 또 리포&시저스 컨소시엄(LOCZ코리아)과 람정제주개발이 올해 안에 각각 영종도와 제주도에 첫 삽을 뜬다. 하지만 아시아 각국이 경쟁적으로 복합리조트를 늘려가는 상황에서 관광 경쟁력 확보를 위해 추가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문화체육부 박민권 관광체육정책실장은 “아시아 관광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3곳 이외에 추가로 복합리조트를 유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복합리조트의 성공 모델로 삼고 있는 곳은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2010년 2개의 복합리조트를 개장한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2009년 970만 명에서 2013년 1550만 명으로 59.8% 증가했다. 관광수입 역시 같은 기간 126억 달러에서 235억 달러로 증가했고, 2만2000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나타났다. 정부는 추가로 개발되는 복합리조트 한 곳당 1조 원 규모의 투자창출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호텔 건설자금 1조 원 지원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의 카지노. 싱가포르는 2010년 2개의 복합리조트를 개장한 이후 관광수입이 증가하고 2만2000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었다. 정부는 복합리조트 한 곳당 1조 원가량의 투자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제공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의 카지노. 싱가포르는 2010년 2개의 복합리조트를 개장한 이후 관광수입이 증가하고 2만2000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었다. 정부는 복합리조트 한 곳당 1조 원가량의 투자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제공
정부는 2017년까지 호텔 건설자금으로 1조 원을 지원하고 호텔 관련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대형 호텔에는 산업은행의 ‘기업투자 촉진 프로그램’을 통해 지분투자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중소형 호텔에 대해서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 한도를 한 곳당 10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는 국내 관광 인프라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지난 5년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연평균 12%씩 늘었지만 호텔 객실 수는 4.3% 늘어나는 데 그쳤다. 3급 이상 호텔의 객실 수는 2013년 12월 말 현재 7만9000개에 그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2017년까지 국내 호텔(특1급∼3급)의 객실 수가 지금보다 5000개 이상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노후한 모텔이나 여관, 사무실 등을 호텔로 전환하는 사업자에 대한 혜택도 늘릴 계획이다.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호텔을 신축하는 경우에는 용적률을 올려주는 ‘용적률 인센티브’ 적용 기한(올해 말 일몰 예정)을 연장하는 게 대표적이다. 용적률 인센티브 도입 이후 서울시에서는 지난 2년간 관광호텔 54개가 신축됐다. 이와 함께 호텔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선진국처럼 호텔 소유는 리츠가, 운영은 전문기업이 맡는 소유·경영 분리 방식을 허용할 예정이다.

○ 시내면세점 4곳 추가 허가

시내면세점 역시 올해 말까지 서울 3곳, 제주 1곳 등 4곳이 추가로 허가된다. 관세청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 증가로 지난해 국내 면세점의 총 매출은 2009년(3조8523억 원)보다 115.6% 늘어난 8조3077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시내면세점의 수용 능력이 포화 상태에 달한 데다 일본, 대만 등 주변 경쟁국들이 대규모 면세점 설립에 적극 나서면서 한국도 면세점을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관세청은 올해 7, 8월쯤 시내면세점 특허권 공고를 낸 뒤 연말까지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대상지는 서울 3곳, 제주 1곳이다. 정부는 2012년 12월 시도별로 한 곳씩 9곳에 면세점을 추가로 허용했지만 정작 관광객이 몰리는 서울과 제주는 제외한 바 있다. 정부는 “시내면세점 추가 설치로 올해 하반기부터 3000억 원의 신규 투자가 발생하고 관광객이 추가로 유치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김준일 / 염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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