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소송법이 1990년 제정 이후 25년 만에 부모 이혼 소송 시 자녀 권익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아 전면 개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대법원 가사소송법 개정위원회(위원장 윤진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사소송법 제1조에 ‘자녀의 복리’를 명시하는 등 자녀의 발언권과 선택권을 강화하는 개정안 초안을 작성해 검토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위원회는 논의를 거쳐 다음달 최종안을 확정하고 입법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개정안에는 가사소송 시 미성년 자녀라도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가사소송 규칙은 재판부가 양육권과 친권에 대한 소송에서 13세 이상의 자녀부터 의견을 듣도록 규정했지만 개정안에선 연령 제한을 철폐할 예정이다. 지금도 재판부가 필요에 따라 13세 미만의 자녀에게도 의견을 듣곤 했지만 이젠 법적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모든 자녀에게 의견을 듣겠다는 것이다.
자녀가 스스로 거취를 판단하기 어렵다면 절차보조인을 통해 객관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추진 중이다. 그동안 이혼 부부의 미성년 자녀는 부모 뜻에 따라 의견을 말하고 거취가 결정되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개정 후엔 절차보조인이 양육권이나 친권 지정 과정에서 자녀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됐는지 등을 판단해 자녀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부모가 이혼 후에 자녀를 만날 때도 면접교섭 보조인이 부모와 자녀의 만남 절차를 관리해 이혼 후 자녀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미성년 자녀라도 친권과 양육권자 지정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독자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미성년자는 민법상 독자적으로 법률행위를 할 수 없지만 재산과 무관한 사안에 한해, 법적 판단이 가능한 의사능력이 있다면 친권과 양육권자 지정에 대해 자녀가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다. 다만 위원회 내부에서 견해가 다양해 의견수렴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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