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보다 중요한 건… 자격없는 교사 걸러낼 제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0일 03시 00분


[어린이집 처음부터 다시]<중>보육교사 양성-관리시스템 개선

‘인천 K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어린이집 내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과 보육교사 양성 및 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CCTV용 카메라가 설치된 서울 영등포구의 한 어린이집. 사진공동취재단
‘인천 K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어린이집 내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과 보육교사 양성 및 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CCTV용 카메라가 설치된 서울 영등포구의 한 어린이집. 사진공동취재단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이버대와 학점은행제 출신 교사들을 최대한 뽑지 않으려 한다는 겁니다.”(경기 수원시 A어린이집 원장)

“각종 교구를 이용해 실습교육을 하거나 아이들이 갑작스럽게 울고 보챌 때 사이버대와 학점은행제 출신 교사들의 대처 능력이 많이 떨어집니다. 온라인으로 교육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아이들과의 ‘정서적 스킨십’이 전반적으로 약합니다.”(경기 성남시 B어린이집 원장)

○ 자격증 시험으로 전문성 강화해야

많은 어린이집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사이버대와 학점은행제 같은 과정을 통해 보육교사를 배출하는 인력 양성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보육진흥원에 따르면 2013년에 2급 보육교사 자격증을 발급받은 인력 중 학점은행제(3만4387명)와 사이버대(2146명) 출신은 총 3만6533명. 전체의 53.4%를 차지할 정도다.

문제는 사이버대와 학점은행제 과정을 거친 인력들은 일반대학(3, 4년제) 보육 관련 전공자에 비해 교육 기간이 짧고(빠르면 1년∼1년 반), 실습교육도 부족하다는 것. 특히 사이버 강의의 맹점이 크다. 강의를 틀어놓고 딴 일을 할 수 있는 데다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누구든 온라인에서 시험을 볼 수 있어 대리 시험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개인차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일반대학 보육 관련 전공자들에 비해 실무 능력,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떨어지고 근속 기간도 짧다는 평가가 많다. 게다가 인천 K어린이집 양모 씨같이 온라인 학점은행제를 통해 보육교사가 된 사람의 아동학대 사례가 나오면서 그 인식은 더욱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보육업계 안팎에서는 사이버대와 학점은행제 출신들이 지금처럼 일정 교육과정만 이수하면 자동적으로 보육교사가 되는 자격 취득 방식을 폐지하고 ‘공인된 평가’를 거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이버대와 학점은행제 등을 거친 인력은 국가 주관 ‘보육교사 자격시험’을 통과할 경우에만 보육교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양미선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국가 자격시험을 도입하면 주요 실습과 전공과목을 중심으로 실력과 인성을 평가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인력도 어느 정도 걸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가 자격시험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일반대학 보육 전공학과를 나오지 않은 보육교사들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고, 지금처럼 보육교사 자격증이 남발되는 상황은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국보육진흥원에서 열린 어린이집 아동폭력 근절 대책 추진 방안 현장 간담회에서 이런 의사를 내비쳤다. 문 장관은 “보육교사 실습교육을 대폭 강화하고 필요하면 보육교사 자격증의 국가고시 전환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 내부 고발자 보호 및 인센티브 필요


내부 고발 활성화도 어린이집 원장이나 보육교사의 아동 학대 행위를 막는 데 효과적인 조치로 꼽힌다.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아동 학대 행위는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동료 교사들에 의해 파악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육업계 관계자들은 소수 인력이 근무하는 어린이집 특성상 내부 고발자 신분이 철저히 보호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평소의 인간관계와 문제의식 등을 토대로 신고자가 누구인지 쉽게 찾아낼 수 있다는 것. 실제로 2013년 기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직 보육교직원(보육교사와 원장)이 신고한 아동 학대 건수는 91건 중 8건(8.8%)에 불과했다.

또 오랜 기간 한 지역에서 운영해 온 어린이집의 경우 지방자치단체 등의 담당 공무원들과 유착 관계를 형성해 내부 고발이 별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경기 북부 지역의 한 어린이집에서 근무했던 이모 씨(31)는 평소 아이와 교사들에게 욕설을 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간식을 아이들에게 주는 원장을 신고하려다 마음을 접었다. 교사들을 상대로 주기적으로 “내가 이쪽에서 활동한 지가 오래돼 이미 지자체 사람들은 다 내 편이다”, “신고하면 평생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다” 식의 협박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신고를 해도 ‘과연 제대로 조사가 진행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며 “해당 어린이집을 그만두는 과정에서도 신고를 못한 건 ‘업계 블랙리스트’에 올려질 게 두려워서였다”고 말했다.

입소문이 빠른 보육업계 특성상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사실상 재취업은 어렵다. 실제로 2013년에는 한 어린이집 관련 단체가 내부 고발자 명단을 정리해 놓은 ‘보육교사 블랙리스트’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기도 했다.

‘어린이집이 엄마들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50가지 진실’이란 책을 출간한 사회복지법인 ‘큰하늘어린이집’의 이은경 대표는 “평생 일자리를 잃을 각오를 하지 않는 한 내부 고발은 불가능하다”며 “적절한 내용을 제보한 내부 고발자의 경우 단순 포상금 지원보다는 국공립 어린이집 취업 시 가산점을 주거나 다른 어린이집 재취업 때 지원을 해주는 식으로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 교사 및 자원봉사자 늘려 근무 강도 줄여야

보육교사 처우 문제도 개선해야 할 사안이다. 당장 임금 수준을 인상하는 건 어렵더라도 근무환경 개선이나 재교육 기회 제공 등은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루 평균 10∼12시간 동안 소통도 쉽지 않은 아이들을 상대하고, 주말이나 1∼2주의 짧은 방학 기간을 이용해 자격 승급 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수준 높은 교육 서비스는 기대하기 어렵다. 석 교수는 “교육 서비스 수준은 제공하는 사람의 정서적 안정과 상관관계가 크다”며 “보조교사, 수업 지원 학부모, 지자체 자원봉사자 등을 늘려 보육교사들의 근무 강도를 적극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세형 turtle@donga.com·김수연 기자
#어린이집#보육교사#자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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