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공제 못받는 아빠, 68만원 토해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1일 03시 00분


[직장인 ‘연말정산 분통’]소득-조건 다른 4명 연말정산 비교



“연봉은 동결돼 3700만 원으로 똑같은데 세금은 크게 늘었다. 작년엔 27만 원 돌려받았는데 올해는 16만 원을 오히려 토해내야 한다.”(30대 직장인 김모 씨)

“연 급여 5500만 원 이하 근로자의 경우에는 대부분 세금이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이 세 부담을 많이 지게 됐다. 연말정산 문제는 결코 서민 증세의 문제가 아니다.”(20일 안종범 대통령경제수석)

연말정산을 앞두고 ‘세금폭탄’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적게 떼고 적게 받는’ 방식으로의 전환에 따른 일종의 착시효과로 설명하지만, 미리 계산을 해본 근로자들은 세금이 크게 늘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20일 동아일보가 세무법인에 의뢰해 직장인 네 명의 세금 변화를 추산했더니 대체로 정부의 예상보다 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뮬레이션 대상은 소득과 지출, 가구 구성을 달리해 △부양가족이 없는 연 급여 4000만 원의 독신자 A 씨 △자녀 1명, 부인을 부양하는 연 급여 5000만 원의 직장인 B 씨 △자녀 2명, 부인을 부양하는 연 급여 6000만 원의 C 씨 △자녀 3명, 부인을 부양하는 연 급여 7000만 원의 D 씨로 구성했다. 연간 급여, 신용카드 사용액, 보험 지출액, 저축액 등은 같다고 가정했다.

A 씨는 세금이 약 17만5000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오히려 덕을 본 케이스다. 본인 대학원 학비로 연 900만 원 지출했는데 15%인 135만 원을 세액공제 받았다. 소득에 따라 세금을 깎아주는 소득공제와 달리 세액공제는 결정된 세액에서 소득구간에 상관없이 감면받는 것이어서 정부 주장대로 저소득층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정부 말을 믿고 세금이 줄 것으로 예상한 B 씨는 오히려 세금이 26만7000원 늘었다. 게다가 ‘적게 떼고 적게 받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올해 연말정산 후에는 68만6160원을 한꺼번에 토해내야 해 부담이 커졌다.

B 씨의 세금이 늘어난 것은 6세 이하 자녀 양육비 공제(1인당 100만 원), 출산 공제(200만 원) 등의 소득공제가 폐지된 탓이 컸다. 2013년에 아이를 낳은 B 씨는 지난해에는 300만 원의 소득공제를 받았지만, 올해에는 단순히 자녀 1인당 15만 원의 세액공제만 받게 됐다.

하지만 비슷한 사례에 대해 정부는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안 수석은 20일 “연봉 4800만 원을 받으며 배우자와 자녀가 2명 있는 직장인의 경우 연말정산 후 결정세액이 84만 원에서 67만 원으로 세 부담이 17만 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보험료 교육비 기부금 의료비 소득공제를 총 800만 원 받고,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150만 원 받은 경우를 가정했다.

세무법인 윈윈의 이종탁 세무사는 “부양가족 수, 지출 형태, 공제 규모 등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개인별로 실제 세금 납부액은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정부 설명처럼 일률적으로 연 급여 5500만 원 이하 근로자의 세금 부담이 낮아진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자녀가 2명인 C 씨 역시 자녀 양육비 공제와 다자녀 추가 공제로 300만 원을 소득공제 받다가 올해는 자녀 세액공제 30만 원으로 바뀌면서 세금이 26만5000원가량 늘었다. 자녀가 3명인 D 씨도 다자녀 추가 공제가 축소되면서 세금이 6만4000만 원가량 늘었다. 다만 세 자녀 교육비(연 2000만 원)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아 B, C 씨에 비해서는 세금 증가분이 적었다. 하지만 “5500만∼7000만 원 근로자는 2만∼3만 원 정도의 세금만 더 내면 된다”던 정부의 설명보단 부담이 커진 건 마찬가지였다.

김재영 redfoot@donga.com·이상훈 기자
#연말정산#양육비 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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