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연말정산 분통’]연봉 6300만원 30대 미혼여성
“자녀공제 등 더 받을것도 없는데 공제율 축소로 稅환급 66만원 줄어”
10년 차 직장인인 미혼 여성 A 씨(36)는 일이 바빠 차일피일 미루던 연말정산을 하려고 20일 PC 앞에 앉았다가 크게 실망했다. 회사가 제공한 프로그램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올해 돌려받는 세금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이었다.
연봉 6300만 원인 A 씨는 지난해 1월에 했던 2013년분 연말정산에서 152만 원을 돌려받았다. 미혼이지만 부모를 부양하고 있고, 2007년에 가입한 청약저축, 연금보험과 연간 36만 원의 기부금 등으로 연말정산에 미리 대비한 덕이었다. 지난해 소득과 씀씀이, 연말정산에 대비한 금융상품 가입 등 조건은 전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이번에 돌려받는 환급금은 86만 원에 그치는 것으로 계산됐다.
주변 동료들 중에는 50만∼200만 원을 토해내야 한다며 울분을 토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1년 사이 뭐가 달라졌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A 씨가 지난해와 달라진 항목을 꼼꼼히 따져보니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이 근로소득공제였다. 2013년에 개정된 세법에 따라 A 씨가 속한 구간의 일부 연봉에 대해 근로소득공제율이 10%에서 5%로 낮아져 A 씨가 받는 근로소득공제 액수가 80만 원가량 줄었다. 미혼이라 자녀공제 등을 받지 못하는 A 씨로서는 큰 손실이다.
부녀자공제 요건이 바뀐 것도 부담을 키웠다. 작년까지는 미혼 직장여성이라도 가구주인 경우나 남편이 있는 여성 직장인은 부녀자공제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종합소득금액이 3000만 원을 넘으면 미혼이건, 남편이 있는 여성이건 모두 부녀자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가구주인 A 씨는 소득 요건 때문에 50만 원의 공제를 받지 못한다. A 씨는 “연봉 3000만 원이 넘는 여성들에겐 부녀자공제가 없어진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복잡해진 연말정산 과정도 짜증을 더했다. 올해부터 세금을 감면해 주는 방식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연말정산 서류 작성 방식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을 입력하는 항목은 무려 8가지로 세분됐다. △신용카드 △현금영수증 △체크카드 △전통시장 사용분 △대중교통 이용분 △2013년 본인 신용카드 등 사용액 △2014년 본인 신용카드 등 사용액 △2013년 본인의 추가공제율 사용액 등이다.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홈페이지에서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을 항목별로 자동으로 계산해 주긴 한다. 하지만 연말정산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접속 폭주로 속도가 느려졌다. “복잡하고, 느리고, 덜 받아서 열 받는다”는 소리가 A 씨 입에서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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