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들어줄게요”… 세상이 환해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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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1월의 주제는 ‘배려’]<12>대학생 독자가 보낸 사연

딸칵. 편지가 한 통 도착했습니다. 대구에 사는 대학생 조민솔 씨(23·여)가 보낸 사연입니다.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코너 잘 읽고 있습니다”로 시작하는 민솔 씨의 사연, 지금 소개합니다.

“제가 겪었던 배려는 무엇이 있나 생각하다, 한 사례가 떠올라 글을 보내 봅니다. 학교에 가려면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가끔 전공서적 등 짐이 많을 때가 있습니다. 짐을 놓는 공간이 있는 지하철에 비해 버스는 애매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앉을 자리도 없는 버스 안에서 날씨가 궂어 우산도 든 날이면 이만큼 불편한 게 없습니다.

그날도 비가 오고 있었죠. 제 양손엔 우산과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며 전공서적이 가득 들려 있었습니다. 버스에 오르니 우산에서 떨어진 빗물에 바닥은 이미 축축하더군요. 그날은 유독 버스에 승객도 많고….

책이 든 종이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으면 가방이 젖어 찢어질 것 같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손목에 가방 손잡이를 끼고 버스 좌석 손잡이를 잡고 서서 가기로 했습니다. 불편해도 딱히 방법이 없었죠.

그때 제 앞에 앉아계시던 한 아주머니께서 웃으며 ‘학생, 내가 들어줄게요’라며 제 짐을 받아 주셨어요. 버스 안에 짐을 들고 서 있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앉아있는 사람 중 짐을 받아주겠다는 사람은 그분뿐이셨습니다. 처음 본 아주머니에게 도움을 받아 얼떨떨하긴 했지만 덕분에 편하게 집으로 올 수 있었습니다. 내리기 전에 감사하단 인사도 드렸고요.

버스에서 짐을 든 사람을 도와주는 것. 사소한 행동이라 볼 수 있지만 도움을 받고 보니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후 짐을 든 사람을 보면 저도 받아 들게 되더군요. 제가 받은 도움이 있으니 다른 사람에게 베풀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어서요. 생각해 보니 이웃에게 인사를 건네거나,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문 잡아주기, 집안일 돕기 등 쉬운 일들은 여러 가지가 있더라고요. 이런 행동들도 나부터 시작하는 ‘배려’가 아닐까요.”

민솔 씨는 첫 편지를 보낸 이후 두 번째 편지에서 “요즘 언론 매체에서 다루는 내용들이 아동 폭력, 갑질 논란 등 배려가 결핍된 내용이 많다”면서도 “지적만 있고 배려를 위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아쉬워했습니다. 뉴스만 보면 한숨이 나오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동시에 “‘내가 바뀌면…’ 코너가 사회적 문제를 환기시키고 동시에 개인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는 격려는 힘이 됐습니다. 저희는 이제 또 다른 민솔 씨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내가 받은 기쁨이나 다른 이들을 위해 했던 뿌듯했던 경험을 공유해 주세요. 당신이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독자 여러분의 의견과 제안을 e메일(change2015@donga.com)로 보내주시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독자 사연#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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