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질주’ 차두리(34), ‘특급 도우미’ 김진수(24), 그리고 ‘거미손’ 김진현(28).
한국이 아시안컵 4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데는 이 3명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차두리는 대표팀 최고령이지만 체력은 여전히 강했다. 한 방송진행자가 “저런 선수가 왜 지난해 월드컵에서는 (선수로 뛰지 않고) 해설을 했을까요”라고 말할 정도였다. 선발 출전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던 차두리는 후반 25분 김창수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오른쪽 수비수 김창수의 컨디션 난조로 공격이 왼쪽으로 쏠렸던 한국은 차두리가 투입되면서 좌우 공격의 균형을 찾았다. 쉴 새 없이 그라운드를 오가며 상대 진영을 휘젓던 차두리는 연장 후반 14분 오른쪽 측면을 70m 넘게 단독으로 돌파한 뒤 수비를 제치고 골문 앞에 있던 손흥민에게 자로 잰 듯 공을 건넸다. 손흥민이 아닌 누구라도 완벽하게 슈팅을 할 수 있는 패스였다. 차두리는 13일 쿠웨이트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도 전반 36분 남태희의 결승골을 도왔다. 차두리는 “고비 하나를 넘었다. 내가 할 일을 해서 기쁘다. 교체 투입될 때 감독님이 ‘상황에 따라 공격도 적극적으로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의 최대 관건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2골을 터뜨린 우즈베키스탄 공격수 사르도르 라시도프를 봉쇄하는 것이었다. 김진수는 라시도프의 동선을 충분히 분석한 듯 패스를 중간에 차단하며 라시도프를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김진수는 공격에도 적극 가담해 연장 전반 14분 상대 진영에서 골을 가로챈 뒤 골문 앞에 있던 손흥민에게 정확히 연결했다. 김진수는 “결승골을 도와 기쁘다. 나는 젊다. 가장 많이 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진현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발굴한 최고 보석이다. 그는 이날도 몇 차례나 ‘슈퍼 세이브’를 보여주며 골문을 굳게 지켰다. 전반 16분 혼전 상황에서 산자르 투르수노프의 왼발 슛을 막은 것은 이날 활약의 백미였다. 2014 브라질 월드컵까지 정성룡의 몫이었던 대표팀 주전 골키퍼 자리는 이번 대회를 통해 완전히 김진현의 차지가 됐다. 김진현은 감기로 결장한 조별리그 2차전 쿠웨이트전을 빼곤 모두 출전해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골을 내주지 않고 상대를 늪에 빠뜨린다는 의미에서 팬들이 한국에 붙여 준 ‘늪 축구’라는 수식어는 김진현이 버티고 있는 덕분이다. 김진현은 “어려운 상황이 몇 번 있었지만 잘 이겨낸 것 같다. 실점하지 않는다면 팔이 부러져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주전에 집착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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