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인터뷰]
“노동시장 경직돼 고용 안 늘어… 정규직 임금 유연성 줘야 개선
청년들 위해 개혁하려는 건데 내게 F학점 매겼다니 서운해
친박 실세? 그런 것 없어… 경제문제 말고 딴생각 안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두 마리 사자’론을 강조했다. 경제활성화와 구조개혁의 두 과제를 완수하겠다는 의지였다. ‘토끼’가 아니라 ‘사자’라고 말한 것은 그만큼 어려운 목표라는 얘기라고 했다. “정부 혼자서는 힘든데 정치권의 문제 해결 능력은 점점 떨어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연말정산 대책을 논의한 당정협의를 마치고 급하게 인터뷰 장소인 정부서울청사에 도착했다. 경제팀 수장으로서 분초를 다투는 긴박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경제 사정은 좋지 않다. ‘초이노믹스’가 구체적인 성과를 못 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 부총리는 “생활이 나아져야 경제가 좋아졌다고 느낄 수 있는 만큼 체감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면서도 “문제는 구조적인 결함”이라고 했다.
그는 “노동시장에서는 정규직 청년 일자리가 안 생기는 것이 문제”라며 “한 번 입사하면 연공서열로 꼬박꼬박 올라가니까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 뽑으려는 거 아니냐. 임금제도에 정규직도 유연성을 좀 주면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다”고 했다. “공공부문 개혁도 현세대보다는 미래세대를 위한 개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최근 대학생들이 ‘초이노믹스’에 대해 F학점을 줬다는 점에 대해서는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선배 세대이자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정말 죄를 지은 느낌이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스펙도 쌓았는데 취업이 안 되니 미안하기도 하고 안쓰럽다. 내가 하려는 것은 바로 청년들을 위해서 하자는 거다. 그런데 나를 이렇게 (비판)하니까 서운하다.”
최 부총리와 안종범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새누리당 강석훈 정책위 부의장은 여권의 경제정책을 조율하는 ‘3인방’이고 최 부총리는 ‘원톱’으로 불린다. 미국 위스콘신대 출신이라는 학맥도 공유한다. “특정 학파가 일방통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고 묻자 그는 “내가 방향을 잡고 분위기를 조성하면 뒤에서 도와주는 그런 구조”라며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우리 경제의 문제점을 헤쳐 나가려면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친박 실세’란 표현이 나오자 “저 실세 아니거든요”라며 웃었다. 지난해 12월 19일 대선 2주년 기념 만찬이 화두에 올랐다. 최 부총리는 ‘주선자’로 알려져 있다.
“그건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친 최 부총리는 “언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사람 안 만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데 이런저런 경로로 넓게 만난다”며 “수십 명이 한꺼번에 만날 수는 없으니 친소 관계상 가까운 사람들끼리 만나고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참석 대상에서 일부러 뺀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지도부라서 빼고 안 빼고 한 차원이 아니었다”며 일각의 의구심을 부인했다.
그는 특히 친박, 비박 등 당내 계파 갈등에 대해 “지금 ‘친이’ ‘친박’ 하는 게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만들어진 프레임인데 대통령을 두 번 배출하면서도 아직도 그런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도 “과거 정치역정을 볼 때 현재 최악의 위기는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지지율에 일희일비하면 제대로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음 행보를 전망해 달라고 하자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다. 딴생각을 할 새가 없다”고 했다.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이제 6개월 했으니 좀 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면서도 “오늘이라도 그만두라면 그만두는 것이 임명직”이라고 했다. 두 마리 사자와 겨뤄야 할 ‘경제 성적표’는 그의 정치적 미래와 직결돼 있다는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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