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신동혁 씨가 증언 일부 번복했지만 北 인권유린 실상 불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3일 03시 00분


스칼라튜 美 북한인권위 사무총장

“몇 가지 사실관계가 다르다 해서 탈북자 신동혁 씨가 정치범수용소 출신이라는 근본적인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북한 인권을 세계에 알리는 데 그의 역할은 중요했다.”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사진)은 21일 신 씨의 자서전 ‘14호 수용소 탈출’ 내용 번복 논란에 대해 이렇게 밝히고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안타까워했다.

신 씨가 자서전의 일부 내용에 대한 오류를 인정하자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신 씨 주장이 담긴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를 토대로 만들어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도 무효라고 주장했다. 신 씨와 함께 미국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데 앞장서 온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워싱턴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신 씨가 문제가 아니라 북한이 문제”라며 “만약 탈북자들의 증언에 문제가 있다면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외부의 접근과 모니터링을 허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사건의 파장이 클 것으로 보는가.

“그가 정치범수용소 출신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14호 수용소(개천)와 18호 수용소(북창) 모두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는 수용소에서 태어났고 어머니와 형을 밀고한 뒤 그곳을 탈출했다. 이것이 핵심이다.”

―COI 보고서의 신뢰도까지 의심받을 사안인가.

“신 씨 이야기는 보고서 400장 중 두 문단에 불과하다. 조사위는 서울 도쿄 런던 워싱턴에서 4번의 청문회를 열었고 80명의 공개 증언을 청취했다. 240명의 비공개 증언까지 들었다. 여러 북한 인권단체가 만든 자료를 참고했다. 신 씨 한 사람의 이야기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마이클 커비 당시 COI 위원장도 21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신 씨의 자서전 일부 번복 논란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인권 유린은 명백하다”고 밝혔다.

―신 씨의 오류가 어디서 나왔다고 생각하나.

“수용소에서 살아남는 과정에서 심각한 정신적 외상 후 장애(트라우마)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그가 과거의 모든 것을 시간대별로 기억하길 바라는 것은 무리다. 미국 전문가들과 언론도 그의 오류 인정에 처음에는 혼란스러워했으나 점차 이해하고 있다.”

―이번 일이 향후 북한 인권 운동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북한 인권을 알리는 데 신 씨의 사연은 중요하고 강력한 것이었다. 다만 이번 일로 신 씨를 거짓말쟁이 취급하는 사람들이 나올까 우려스럽다.”

한편 신 씨는 현재 자서전 저자인 워싱턴포스트(WP) 기자 출신 블레인 하든 씨와 한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탈북자 신동혁#북한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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