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대학 교육과 산업 수요의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내년부터 ‘산업 수요 중심 정원 조정 선도대학’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장기 인력 수급 전망에 따라 대학이 정원을 조정하도록 하고, 실적이 좋은 곳에 전폭적으로 재정 지원을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방안은 기초학문 연구라는 대학 본연의 역할을 도외시하고, 대학을 취업학원으로 변질시킨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고용노동부 인력 수급 전망에 따르면 현재 대학에서 인문사회, 예체능, 자연계열은 초과 양성되는 반면 공학, 의학계열은 인력이 부족하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예비교사들이 너무 많이 공급되고 있다”고 말해 결국 인문사회 및 사범계열에서 취업률이 낮은 학과들이 정원 조정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권역별로 한두 개씩 선도대학을 선정하고, 기존 재정지원사업보다 3배가량 많은 200억∼300억 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당장 대학가에서는 학문 불균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대학이 모든 학과의 정원을 비슷한 비율로 줄여왔지만, 이 사업으로 인문사회계열이 1순위로 감축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지원액이 많기 때문에 기존에 대학구조개혁에 소극적이었던 대학들도 인문사회계 감축에는 적극 나설 수도 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산업 수요만 따지면 순수학문은 사장될 수밖에 없고 대학은 취업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해 온 스위스 도제식 직업학교에 이어 지난해 7월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고등전문대 운영 계획도 보고했다. 고등전문대는 입학할 때부터 5년 뒤 취업할 기업을 정해 고교(3년)와 전문대(2년 또는 3년)의 통합과정을 배우는 방식이다. 올해 16곳을 선정해 내년부터 신입생 48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하지만 도제식 직업학교는 지난 정부의 핵심 사업인 마이스터고와 차별점이 없고, 고교와 전문대 및 기업이 연계하는 사업은 지금도 적지 않다. 청년 취업난에 빠진 정부가 이름만 다른 중복정책을 내놓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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