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고 난 식탁에 똥 기저귀 버리고 가는 손님 어쩌죠?’ ‘식당 종업원은 아기 토사물도 처리해야 하나요?’ ‘카페에서 제공한 머그잔에 아기 오줌 받아내는 부모, 같이 온 사람들은 왜 안 말릴까요?’
육아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이다. 이렇다 보니 식당이 떠나가라 시끄럽게 떠드는 자녀를 제지하지 않는 것 정도는 이제 약과다.
5년 넘게 한식당을 운영한 A 씨가 오랫동안 못 잊을 것 같다며 최근 경험을 털어놨다. 깨끗하게 세탁한 하얀 광목 방석에다 질퍽한 눈길에서 젖은 신발로 쾅쾅쾅 ‘검은색 도장’을 찍으며 돌아다니던 아이. 가슴속에 까만 도장이 찍히는 것 같아 어렵사리 어머니에게 말려 달라고 얘기해봤지만 돌아온 응답은 ‘기분 나쁘다’고 써놓은 것처럼 읽히는 싸늘한 표정뿐이었다.
두 돌 지난 아이의 아버지인 정모 씨(32)는 “아이와 함께 다니면서 ‘너무 한 것 아닌가’ 싶은 행동을 심심찮게 보는 게 사실”이라며 “공공장소에서 쓰레기 하나 제대로 안 치우고 나가는 부모들을 보면 ‘아이가 저런 걸 배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런 무배려에 질린 사람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노 키즈 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영·유아를 동반한 손님은 아예 사절하는 식당이나 카페 등이다. 부모의 통제를 벗어난 영·유아가 뜨거운 음식물에 화상을 입는 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것도 이런 곳의 등장에 한몫했다.
최근 찾아가 본 수도권의 노 키즈 식당 2곳. 유모차 끌고 온 손님과 유아용 좌석에 올라앉은 아이가 없다는 점만 빼면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주요 고객은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남녀나 50대 이상 손님으로 갈리는 편이라고 했다.
이 식당들은 아이를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대문 앞에 당당하게 걸어놓았음에도 자세한 취재에는 상당히 민감해했다. ‘유아 사절’을 내세운 극소수 업소를 무작정 비난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모가 자녀를 지도하는 방식을 돌아보고 잘못은 고치는 것이 결과적으로 아이에게 필요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배지희 성신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유아들은 사람 많은 곳에 가면 들떠 소란을 피우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수록 ‘최소한의 배려’를 가르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간단한 처방은 사실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해법이기도 하다. 이달 20일 유아를 받지 않는 식당 앞에서 만난 최종래 씨(64)처럼 말이다. 28개월 된 손자와 함께 산책을 나왔다는 최 씨는 “아이를 감싸기만 하는 부모 때문에 이런 방식의 식당이 생기는 현상에 충분히 공감한다”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선 내 아이부터 엄하게 꾸짖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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