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한복판에서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를 겨냥한 테러가 일어난 7일 하루 동안 세계 각국에선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저지른 또 다른 테러 16건으로 무려 2411명이 목숨을 잃었다. 나이지리아에선 ‘서구식 교육은 죄악’이라는 뜻을 가진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이 최소 2000명을 학살했고 예멘 수도 사나에선 ‘알카에다’의 자살폭탄 테러로 경찰학교 학생과 지원자 37명이 죽었다.
파리 테러가 일어난 날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일어난 테러들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만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가 일상적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는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중심으로 단체 간에 주도권 경쟁까지 일어나면서 지난해 테러 사망자 수가 처음으로 3만 명을 넘어섰다. 목을 베는 참수나 높은 빌딩에서 떨어뜨리는 처형을 넘어 10세 여아를 동원한 자살폭탄 테러까지 수법도 상상을 초월한다.
동아일보는 2001년 9·11테러 이후 이슬람 무장단체가 자행한 테러 기록을 집계하고 있는 미국 사설 웹사이트 ‘릴리전오브피스’(www.thereligionofpeace.com·본사 조지아 주)에 올라 있는 테러 2만5391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9·11테러 이후 14년간 이슬람 테러단체에 의해 사망한 사람이 모두 16만1663명(부상자는 23만8161명)이나 됐다.
사망자 수는 최근 들어 급증하는 추세여서 2012년 1만1539명, 2013년 1만6750명, 지난해 3만2004명으로 급격히 늘고 있다. 발생 건수도 2012년 2554건, 2013년 2836건, 지난해 3000건으로 늘었다. 50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한 대형 테러 사건도 2012년 18건에서 2013년 29건, 지난해 87건으로 뛰었다.
영국 경제평화연구소(IEP)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전 세계 테러의 80%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시리아에서 일어났지만 1건이라도 발생한 나라가 무려 55개에 이를 정도로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아프가니스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인도 등 무장단체가 거점을 둔 국가 주변에서 많이 일어났지만 2010년 이후부터는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호주 등 미국과 우호 관계를 맺고 있는 서방 국가를 대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도 예외가 아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2000년대 초반에는 9·11테러에 자극받은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이 주변 국가를 상대로 소규모 테러를 했지만 2010년 이후에는 테러 규모도 커지고 테러 대상도 세계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테러를 일으키는 이슬람 무장단체는 크게 △IS △알카에다 △탈레반 △보코하람 △알샤밥 등 5곳이다. IEP도 보고서에서 전 세계 테러의 66%가 IS, 알카에다, 탈레반, 보코하람 등 4개 단체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고 했다. 이 중 가장 활발한 단체가 IS다. IS는 지난해 6월 국가 수립을 선언한 이후 북아프리카, 예멘 등지에서 활동하던 알카에다 요원들을 속속 합류시키며 유럽 각국에서 지원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IS에 뒤질세라 경쟁적으로 테러를 하는 단체는 알카에다. 2011년 창시자 오사마 빈라덴이 사살된 이후 본부가 사라진 상황에서 알카에다아라비아반도지부(AQAP)가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다. 이번 ‘파리 테러’도 이 단체가 저질렀다. 전문가들은 “IS와 알카에다가 선명성 경쟁을 벌이면서 더 광범해지고 잔인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극단주의 테러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쫓겨난 뒤 파키스탄으로 숨어들어 테러를 하고 있으며 나이지리아 일부 지역을 장악한 보코하람과 소말리아에 근거지를 둔 알샤밥도 서로 전술을 공유하며 민간인 대상 테러 공격에 나서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테러 위협이 확산되는 만큼 한국도 언제든 테러의 공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정보원 테러정보통합센터에 따르면 2006년 이후 해외에서 일어난 테러로 교민이나 관광객이 피해를 본 사례는 모두 66건으로 12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이슬람 무장단체의 테러가 발생한 적은 없지만 이 단체들에 가담했던 사람들이 위명여권(僞名旅券·다른 사람의 여권에 자신의 사진을 붙인 것)을 사용해 한국을 드나들거나 밀입국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2010년 각각 위명여권 사용 혐의와 밀입국 혐의로 붙잡힌 파키스탄인 안와르 울하크와 살림 무함마드는 자국에서 탈레반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었다.
한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은 20일 옛 소련권 중앙아시아 국가 출신으로 IS에 가담한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가 최대 4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또 말레이시아 언론은 최근 300명이 넘는 중국인이 말레이시아를 경유해 중동지역의 IS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22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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