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인질 몸값 선그어… 일본인들도 “본인 책임” 싸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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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인질 살해’ 23일 시한
英총리에게 ‘2억달러 안낸다’ 뜻 밝혀… 日 누리꾼 “위험지역 간 게 잘못”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일본인 2명을 인질로 잡고 있는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몸값 2억 달러(약 2160억 원)를 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22일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이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런 생각을 밝혔다고 영국 PA통신을 인용해 전했다.

아베 총리는 지금까지 ‘IS가 요구하는 2억 달러 몸값을 낼 것이냐’는 질문에 “테러에 굴하지 않겠다”는 원칙론만 반복했으며, 몸값 지불 여부에 대해서는 즉답을 하지 않았다. 일본은 IS가 마감 시한으로 제시한 23일 오후 2시 50분까지 인질을 구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22일 NHK 방송에 따르면 IS 홍보 관계자는 NHK에 인터넷 메시지로 “(일본 정부가 몸값을 주지 않으면) 하고 싶은 것을 실현시키겠다”고 말했다. 인질을 살해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 내에서는 인질에 대해 “왜 위험한 곳에 가서 위험을 자초했느냐”는 ‘자기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22일 인터넷 포털 ‘야후저팬’에 실린 “일본은 IS 지배 지역에 2억 달러가량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나카타 고(中田考) 도시샤(同志社)대 객원교수의 기사가 실리자 160여 건의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은 “(인질로 잡힌 일본인) 자기 책임 아닌가? 각오하고 (시리아에) 들어간 것 아닌가” 등 인질을 꾸짖는 내용이었다. 인질을 동정하는 댓글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번에 인질로 잡힌 유카와 하루나(湯川遙菜) 씨는 민간 군사회사를 운영하며 시장 조사 차원에서 지난해 7월 시리아 들어가 한 달 뒤에 IS에 억류됐다. 언론인 고토 겐지(後藤健二) 씨는 친분이 있는 유카와 씨를 구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시리아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자가 도쿄(東京)에서 만난 대부분의 일본인도 “불쌍하긴 하지만 일본 정부가 세금으로 도와선 안 된다”고 말했다. 두 인질이 일본 정부가 여행 자제 국가로 정해놓은 곳을 스스로 입국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2004년 자원봉사 등 이유로 이라크에 입국했다가 무장집단에 납치됐던 일본 민간인 3명이 풀려났을 때도 일본 여론은 ‘자기 책임론’이 압도적이었다. 그들은 일본에 귀국하는 날 공항에서 죄인처럼 고개를 숙였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아베#IS 일본인 인질#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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