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용 기자의 죽을 때까지 월급받고 싶다]<33>稅테크, 애초 가능한 것이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6일 03시 00분


매년 바뀌는 난수표 같은 세율표… 세금시장은 철저히 공급자 중심
돈 아끼는 세테크는 차치하고 세금 정확하게 내기도 쉽지 않아

홍수용 기자
홍수용 기자
‘세테크’란 용어가 세상에 나온 지 20년이 됐다. 국립국어연구원이 1995년 세테크를 ‘신어(新語)’로 분류한 뒤 이 용어는 재테크 영역에 속해 있다.

하지만 이번 연말정산 파동을 보면 ‘일반 국민이 세금으로 재테크를 한다는 개념이 처음부터 가능한 것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답을 구하려면 ‘세금시장’이 돌아가는 원리를 약간 알아야 한다.

먼저 이 시장에는 원칙이 있으나마나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은 국민에게 공평하게 세금을 매기겠다는 기본 철학이다. 하지만 이 원칙은 너무 자주 깨진다. 자영업자 소득 파악률은 60%대지만 정부는 숨겨진 세원을 찾는 힘든 작업보다는 유리지갑인 봉급생활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쉬운 세정’에 매달린다.

뻔히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쉬운 길로만 가는 이유가 있다. 원칙대로라면 ‘공평과세를 위한 세제개혁→새로운 세제에 따른 징세체계 구축→과세→넘치거나 부족한 세수 조정’의 순서를 따라야 한다. 안타깝게도 현실의 정부는 순서를 안 지킨다. 다음 해 필요한 재정규모를 정하는 작업과 세법을 바꾸는 일을 동시에 진행한다. 돈이 필요할 때마다 세법을 펼쳐놓고 세금 더 걷을 부분을 찾아 찢은 뒤 깁는 방식이다. ‘거위(국민)가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깃털 뽑을 방법’을 궁리하다 보면 공평과세는 학자들의 한가한 소리가 된다. 엉덩이, 몸통 등 살집이 연한 부위의 깃털만 골라 뽑는다. 특히 이번에는 2년 연속 같은 부위의 깃털을 뭉텅 뽑아 거위의 비명이 커졌다.

또 세금시장은 철저히 공급자 중심이다. 다른 재테크 영역을 보면 비교가 된다. 주식 펀드 아파트 보험 등 공급자가 여러 상품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면 수요자가 이 중 하나를 고르는 게 일반적이다. 세금에는 이런 경쟁이 없다. 그저 매년 바뀌는 난수표 같은 세율 표를 누가 잘 읽느냐 하는 독해력 경쟁이 있을 뿐이다. 수요자가 어떻게 해볼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세테크는 돈을 불리는 재테크 영역이 아니라 남들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낼 위험에 대비하는 ‘리스크 매니지먼트’ 영역에 속한다.

세금을 잘 내는 것도 쉽지 않다. 꼭 빠뜨리는 비용이 생기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챙겨야 할 세금은 소득세 부동산세 상속증여세의 3가지다. 이 중 소득세는 직장에서 일하거나 사업을 하면서 버는 소득에 부과한다. 소득은 다달이 사업장에서 일한 대가로 받는 근로소득, 은행 이자나 펀드 수익을 합한 금융소득, 사업소득, 연금소득, 책 저술수입 등을 포함한 기타소득으로 세분된다. 이 다양한 세금들을 종합소득이라는 이름으로 묶어두고 여기에 종합소득세라는 세금을 다시 매긴다.

여기서 소득은 수입을 말한다. 즉 우리가 쓴 비용을 제외한 금액, 즉 과세표준(과표)이다. 따라서 세무당국으로부터 비용을 얼마나 많이 인정받느냐 하는 것이 세금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핵심이다.

연말정산은 비용을 최대한 인정받기 위한 절차다. 이번 주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연말정산을 한다. 정산을 제대로 하면 ‘세금 폭탄’ 수준은 아니라는 말도 나올 것이다. 국세청의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www.yesone.go.kr)에 각종 비용 증빙서류가 있다. 국세청에서 제공하지 않는 영수증을 따로 챙기는 게 중요하다. 기부금, 교복 구입비, 안경 및 콘택트렌즈 구입비, 의료기관이 제출하지 않은 일부 의료비 항목 등 4가지다. 교복전문판매점에서 신용카드나 현금영수증으로 교복을 샀다면 간소화서비스에서 조회가 가능하지만 다른 곳에서 샀다면 직접 영수증을 받아야 한다.

또 사교육비는 일반적으로 연말정산 세액공제 대상이 아니지만 예외가 있다. 초등학교 취학 전 자녀의 학원비는 대상이다. 영어학원, 태권도장, 검도도장, 수영장 같은 데 자녀를 보내면서 낸 수강료가 대표적으로, 1인당 연간 300만 원이 공제 한도다. 일주일에 1회 이상 월 단위로 수업을 하는 학원에 보낼 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자녀 학교에 낸 현장학습비와 차량운행비, 수학여행비 등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학생 자녀의 기숙사비와 해외 어학연수비 등도 대상이 아니다. 대학원 교육비는 본인이 아니라면 공제받을 수 없다.

프랑스 ‘태양왕’ 루이 14세 때 재무상인 장 바티스트 콜베르는 관료들이 세금 철학을 말할 때 많이 인용하는 인물이다. 콜베르의 고민은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할까, 늦게 출근하고 늦게 퇴근할까’였다고 한다. 우리 관료들이 ‘많이 걷고 많이 돌려줄까, 적게 걷고 적게 돌려줄까’를 고민하던 것과 비슷하다. 세제를 만드는 관료의 사고는 대체로 ‘조삼모사(朝三暮四)’로 흐르는 것 같다. 이러니 세테크는 고사하고 세금을 제대로 알아 정확히 내기도 쉽지 않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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