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기업들도 채용 인원이 ○○○명인 경우는 드물어요. 많아 봐야 ○○명, 대부분이 ○명이에요.” 2013년 9월부터 취업 원서를 넣어온 A 씨(27·여)는 ‘취준생(취업준비생) 3년’ 차에 접어들면서 매년 주요 기업들의 채용 규모가 확 줄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 A 씨는 “매년 최악이 계속 반복되는 기분”이라며 “세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 한 자릿수로 줄어든 채용 인원을 볼 때마다 한 해라도 빨리 취업할 걸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되는 듯했던 ‘청년 실업 대란’이 2013년을 기점으로 다시 악화되고 있다. 올해도 채용시장이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지난해 9.0%로 사상 최대였던 청년 실업률이 10%를 돌파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2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함께 국내 매출액 상위 500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305곳 가운데 채용 계획을 확정한 180곳의 전체 신규 채용 예상 인원은 2만2844명으로 집계됐다. 이 기업들의 지난해 신규 채용 예상 인원(2만3385명)보다 2.3% 줄어든 규모다. 매출 최상위 30대 기업 가운데 채용 여부를 확정한 10곳은 지난해보다 5.5% 줄어든 8780명을 뽑을 예정이다. 올해 한 명도 채용하지 않겠다는 기업도 29곳이나 됐다.
아직 채용 여부 및 규모를 결정하지 못한 곳도 응답 기업의 41%인 125곳이나 됐다. 대한상의가 매년 말 실시하는 같은 조사에서 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기업의 비율이 40%를 넘은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채용 계획 미정 기업은 2011년 48곳(15.4%)에서 2012년 63곳(19.4%), 2013년 42곳(12.7%), 2014년 79곳(24.5%)으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기업들이 채용에 소극적인 이유가 정년 연장으로 인한 고용 부담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국내 B그룹 고위 관계자는 “주력 계열사들이 성장은커녕 예년 수준의 실적도 내지 못하다 보니 있는 사람도 못 내보내서 난리다”라며 “게다가 60세 정년 연장에 통상임금 문제 등 올해 고용 경직 이슈가 많아 신규 채용 목표를 쉽게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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