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 집도 컴퓨터도 빌려쓰는 공유소비가 세계적 트렌드
기존 자원 효율적 사용으로 경제성장 촉진시키고 소비자 만족감도 높여줘
기술과 도시화 앞선 한국… 공유소비 최적의 조건 갖춰
수백 년간 생산성은 경제성장을 이해하는 핵심이었다. ‘한 해 얼마나 많은 차와 컴퓨터를 생산했나’ 하는 식이다. 신(新)경제에선 생산성과 경제성장을 측정하는 방법이 달라지고 있다. 우리가 측정해야 할 것은 ‘만족’이지 얼마나 많이 생산했느냐가 아니라는 얘기다.
리바이스 청바지를 예로 들어보자. 과거엔 리바이스사가 특정 스타일과 컬러로 진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내놓았다. 잠재고객이 와보고 좋으면 사고, 반응이 나쁘면 안 팔렸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자기만의 진을 창조할 수 있다. 한 청바지업체는 자기네들이 내놓은 스타일과 컬러와 사이즈를 이리저리 조합하면 6500가지가 넘는 진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누구나 인터넷으로 자기만의 옷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신이 입을 바지를 직접 만드니까 더 잘 사고 더 만족하는 건 당연하다.
네덜란드의 하이네켄 맥주는 광고를 인터넷으로 공모한다. 멕시코 판매를 앞두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맥주 광고 콘테스트를 하는 식이다. 소비자들이 만든 광고 덕분에 멕시코에서 하이네켄 맥주 판매가 크게 늘었다.
두 기업의 사례에서 핵심은 생산이 아니라 만족이다. 판매는 결과로 따라오는 것이다. 요즘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새로운 트렌드의 하나도 ‘공유소비’다. 모토는 ‘소유하지 마라, 공유하라’다.
우버는 미국 자동차의 92%가 놀고 있다는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냥 세워둔 자동차를 다른 사람이 타면 안 될 이유가 있나.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게 이상하다. 에어비앤비도 노는 자원을 공유 소비하는 또 다른 사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파트에 살고 있는 젊은이 몇몇이 자기 집에 여행자들을 재우는 가외 돈벌이를 하기로 했다. 안타깝게도 그들에게 여분의 침대까진 없었다. 그래서 손님들에게 에어매트리스를 권했고, 이 덕분에 이 신개념 비즈니스 이름이 에어비앤비가 됐다.
사람뿐 아니라 강아지 방도 빌릴 수 있다. 반려견을 합리적 가격에 맡길 수 있는 곳을 찾기 어려울 때 웹사이트 ‘도그 스테이(Dog Stay)’는 개를 맡길 수 있는 다른 애견가를 찾아준다.
대부분의 사람은 컴퓨터에 안 쓰는 하드디스크 저장 공간을 방치하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에 의존하는 대신 그 공간을 공유할 수 없을까? 안 쓰는 공간은 거의 언제나 낭비다. 다른 사람이 돈 내고 쓰면 안 되나?
웹사이트 메이드세이프는 여기서 발명됐다. 비트코인과 비슷한 세이프코인을 만들었더니 인터넷으로 기업공개를 한 지 5시간 만에 6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세이프코인은 다른 사람의 컴퓨터에 있는 저장장치를 사는 데 쓴다. 나중에는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를 빌리는 데 쓸 수도 있다. 누가 알겠나. 이 가상화폐를 언젠가 옷이나 아파트를 빌리는 데 쓰게 될지.
공유소비의 핵심 추진력은 기술과 도시화다. 인터넷이 없었을 때도 뭔가를 빌려 쓰는 건 가능했지만 그 과정은 비싸고 느리고 번거로웠다. 소셜네트워크는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에 상거래의 핵심 요인인 신뢰를 구축해준다.
도시화는 공유소비를 폭발적으로 늘린 또 다른 주요 요인이다. 도시에 사는 세계 인구가 50% 가까이 된다. 앞으로 20년 안에 60%가 메트로폴리탄 지역에 살면서 일하게 될 것이다. 거대 도시에선 농촌에 사는 것보다 모든 자원이 귀하고 비싸다. “소유하지 말고 공유하라”가 훨씬 경제적으로 이치에 맞는다. 한국은 기술과 도시화에 상당히 앞서 있어 공유소비에 적합한 나라로 꼽힌다.
2008∼2009년의 경기침체는 공유소비를 더 인기 끌게 한 또 다른 촉매제였다. 세계적으로 수천만 명이 직장과 집과 중산층의 삶을 잃었다. 빈부격차는 더 심해졌다. 물질주의와 과소비에 대한 비판도 커졌다. 더 많은 사람들, 특히 인터넷에 능숙한 젊은이들이 “소유하지 말고 공유하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끌려들 수밖에 없다.
공유소비는 우리가 이미 가진 자원의 효율성을 높여준다. 이미 생산한 물건의 사용을 극대화하기 때문에 환경친화적이다. 즉, 공유소비는 더 생산함으로써가 아니라 이미 있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함으로써 경제성장을 촉진한다. 한국처럼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는 윈윈(win-win) 공식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공유소비가 우리의 만족을 높여준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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