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영어 스트레스로 목숨 끊은 대기업 부장, 업무상 재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0일 17시 01분


영어 실력에 부담을 느껴 해외 파견근무를 포기한 뒤 스트레스를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기업 부장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대기업 부장 A 씨의 부인(49)이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대기업 D사 직원 A 씨는 2008년 7월 쿠웨이트 플랜트공사 시공팀장으로 임명된 뒤 해외파견을 위해 영어공부에 매진했다. 하지만 3개월 뒤 쿠웨이트로 열흘 동안 출장을 가 보니 자신의 영어실력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걸 절감하고 우울감에 젖기 시작했다. A 씨는 2008년 12월 부장으로 승진했지만 해외 파견의 부담감이 점점 커져 결국 파견근무를 스스로 철회했다. 이후 며칠 만에 본사 10층 옥상에서 동료들에게 수치심과 답답함을 호소하다가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

1, 2심 재판부는 회사가 A 씨의 해외파견 철회 의사를 받아들인 뒤에 A 씨가 목숨을 끊었기에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와 자살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A 씨가 자살 직전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고통을 받다가 우울증세가 악화돼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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