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논의 중단을 놓고 29일 청와대가 “복지부 장관이 판단한 것”이라고 밝히자 복지부 안팎에선 “소가 웃을 일”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청와대가 문 장관에게 논의 중단 메시지를 보내놓고 책임을 아래로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 일개 부처가 청와대를 거슬렀을까?
정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일개 부처가 청와대 핵심 정책을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중단시키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 일은 벌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은 현 정부가 집권 초부터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강조해 온 정책이다. 그런 만큼 처음부터 복지부로서는 모든 것을 청와대와 조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부처에 권한을 일임하는 정도가 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현 정부의 특성을 감안할 때 개선안 논의와 관련된 권한이 복지부에 많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논의 중단 같은 사안을 ‘(복지부) 스스로 결정할 힘이 있겠느냐’는 의문을 가진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 연말정산 폭탄 후 분위기 급변
하지만 복지부는 계속해서 자체적으로 ‘논의 중단 결정’을 내렸으며, 청와대 지시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 발표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연말정산 파문을 계기로 시작됐다고 한다. 파장이 더욱 거세지자 24일 전후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고 문 장관은 27일 오전 언론에 ‘보도 시점을 미뤄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복지부 입장은 개선안 논의 발표를 연기하겠다는 것이었지 논의를 중단하겠다는 건 아니었다. 개선기획단에도 복지부는 26일 ‘발표를 다음 달로 미룰 예정’이라고만 통보했고, 논의 중단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도 “27일 밤에 갑자기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입장이 정리됐고, 28일 오전에 최종적으로 논의 중단 발표 결정이 났다”고 말했다. 개선안 백지화 결정이 갑작스럽게 이뤄졌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저소득층 건보료 인하 조치도 급조 정책?
복지부가 30일 검토 중이라고 밝힌 연소득 500만 원 이하 저소득층 지역가입자 대상 건보료 우선 인하 조치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저소득층의 보험료를 내리기 위해 평가소득에서 성별·연령별 점수를 낮추거나, 자동차의 연식과 배기량에 따른 등급별 점수를 낮추고 현재 500만 원인 전·월세 공제금액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
하지만 이 또한 상대적으로 소득에 비해 많은 건보료를 부담해 온 지역가입자들의 불만이 강해지자 이를 무마시키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복지부는 조만간 관련 자료를 분석한 뒤 빠르면 2, 3월 중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만 있지 구체적인 인하 기준이나 정책 추진 일정은 없는 상태다.
한편 청와대가 ‘백지화가 아니다’며 당정회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논의 중단 사태로 파생된 여론 악화를 막으려는 시도란 분석이 많다. 국회 보건복지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명수 의원실에 따르면, 건보료와 관련된 당정회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만 있지 일정과 방향 등에 대해선 정해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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