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1일 공개한 영상에서 “일본의 악몽이 시작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일본인을 계속 죽이겠다고 협박하자 일본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126만 명의 해외 일본인을 노린 인질 테러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IS는 최근 중동뿐만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도 세력을 확장하고 있어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비극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1일 “터키 국경에 몰린 일본인 기자를 타깃으로 한 인질 테러의 우려가 있다고 보고 어제 가장 높은 레벨의 피란 권고를 내린 데 이어 오늘 전 세계 해외 공관에 거듭 교민 안전 확보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은 이날 해외 자국민이 테러 등에 말려들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촉구하는 ‘도항(渡航) 정보’를 냈다. 해외 공관과 일본인학교에 대한 경비도 한층 강화했다. 공항과 항만 입국 심사도 강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IS에 살해된 외국인 인질은 러시아인 1명, 미국인 3명, 영국인 2명, 일본인 2명 등 모두 8명이다. 반IS 전선을 형성하면서 미국을 지원하는 국가들이다.
며칠 사이 IS를 지지하는 집단의 동시다발 테러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리비아 총리가 머물고 있는 트리폴리 호텔 테러로 3명이 숨진 데 이어 다음 날에는 IS에 충성을 맹세한 무장 단체가 이집트 시나이 반도 일대의 군 기지와 검문소, 경찰서를 공격해 민간인 등 40명 이상이 사망했다. 또 그 다음 날에는 파키스탄의 수니파 무장단체가 시아파 사원을 폭탄으로 공격해 61명이 사망하고 50여 명이 다쳤다.
일본 언론은 특히 이번 사태로 ‘일본인 인질’의 효용이 입증된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인 인질이 국제적 관심을 모으면서 IS 홍보에 결정적 역할을 한 만큼 이번 사태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도 예외일 수는 없다. 한국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IS 격퇴와 관련해 군사적 지원국은 아니지만 인도주의적 지원 국가로 분류돼 있다. 이번 일본인 인질 사건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중동 방문 기간에 IS 퇴치와 관련한 자금 지원을 공식 발표한 것이 원인이 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 정부도 외교부 내에 태스크포스(TF)를 두고 이번 사태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가 집단적 자위권 등 일본의 군사대국화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일본이 테러에 굴복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중동 지역에 대한 식량 의료 등 인도적 지원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했다.
스가 관방장관도 기자들에게 “국제사회와 연계해 테러 궤멸을 위해 일본의 역할을 확실히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인질 발생 시 해당 지역에 자위대를 보내 구출 작전을 펼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런 자위대법 개정 방안까지를 포함해 검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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