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업계와 낙농가들이 ‘우유 괴담’에 울고 있다. 최근 ‘우유를 마시면 암에 걸린다’ ‘우유가 아토피를 유발한다’ 등 소문이 나돌면서 소비자들이 우유 마시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경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우유를 하루 3잔 마시면 심장병으로 숨질 위험이 높다’는 스웨덴 웁살라대 연구팀의 논문 내용이 주요 기사로 올라왔다. 이 기사에는 ‘앞으로 우유를 마시지 말아야겠다’는 식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연구 결과는 한국의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최윤재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는 “스웨덴 사람들은 육류 등 동물성 단백질을 한국인보다 많이 섭취한다”며 “식생활이 다른 한국인에게 스웨덴의 연구 결과를 적용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2012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우유 섭취량은 남성은 77.6g, 여성은 73.0g으로 스웨덴(남성 290g, 여성 240g)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우유가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한다는 설도 지나친 걱정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는 “우유가 소수의 어린이에게 아토피를 유발하는 건 맞지만 우유의 영양학적인 가치를 고려할 때 우유 알레르기가 없는 대다수 어린이에게까지 우유 섭취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우유가 성(性)조숙증 등 성장 장애를 일으킨다고 오해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며 “성조숙증은 우유보다는 잘못된 식습관과 영양상태, 환경호르몬(내분비계 교란물질)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우유가 뼈엉성증(골다공증)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일부의 주장도 마찬가지다. 이론적으로는 ‘단백질 과잉 섭취→혈액의 산성화→뼈의 칼슘 방출→뼈엉성증 유발’이 가능하지만, 단백질을 하루 권장량(성인 50∼60g)의 두 배 이상 섭취하지 않는 한 이런 상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우유 섭취의 이점과 올바른 섭취 방법을 알리기 위한 홍보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부회장은 “소비자들이 우유 괴담에 현혹되지 않게 하려면 한국인의 특징을 고려한 우유 섭취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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