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관계 3월중순까지 다시 냉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3일 03시 00분


대화 서로 외면… 골든타임 놓쳐
2월말 한미 키리졸브 훈련 시작… 남북 설 이산상봉 접촉도 어려워

북한과 미국이 대화 재개의 ‘골든타임’으로 예상했던 1월이 지나고 대립 관계로 들어섰다. 그동안 양측은 물밑 접촉으로 대화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불신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먼저 움직인 쪽은 북한이다. 지난해 11월 초 억류했던 케네스 배와 매슈 토드 밀러 씨 등 미국인 2명을 석방했다. 미국은 정보기관 최고 책임자인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DNI)을 평양으로 보내 두 사람을 데려오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도 전달하는 등 화답했다.

하지만 소니픽처스의 영화 ‘인터뷰’ 개봉과 유엔의 인권 문제 논의에 북한이 과격하게 반응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북한은 소니픽처스에는 해킹(11월 25일)으로, 인권 문제 논의에는 대화 전면 거부로 강경 대응했다. 지난해 12월 15일 북한 외무성은 “조(북)미 인권 대결전으로 핵 문제와 관련한 그 어떤 대화도 무의미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최고 존엄 모독’을 방치할 수 없는 북한의 자충수였다.

북한의 단호함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미국이 지난달 2일 대북 제재를 단행하자 북한은 갑자기 ‘핵실험 유예 대 한미 군사훈련 잠정 중단’ 카드로 대화를 제의했다. 미국이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북한은 세 차례나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도 해킹 주체를 북한 정찰총국이라고 지목하면서도 김영철 정찰총국장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취했다. 클래퍼 국장의 대화 상대였고 실세인 김영철이 대화에 나올 최소한의 틈은 열어 둔 것이다. 미국은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중국 방문(1월 29일)을 앞두고 북한에 “만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지만 접촉은 무산됐다. 오히려 북한은 “성 김을 평양에 초청했으나 미국이 이를 외면하고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현재 상황으로는 2월 설 연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접촉은 무산될 지경이다. 2월 말에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 키리졸브도 시작된다. 이 훈련은 3월 중순까지 예정돼 있어 당분간 남북, 북-미 관계의 냉각기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황준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비핵화 대화 재개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4일 중국을 방문한다. 하지만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방안을 마련할지는 미지수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북한#미국#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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