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강재구 정신’ 면면히 이어지는 군에서 희망을 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4일 00시 00분


육군 22사단 일반전방소초(GOP)에서 총기 난사와 함께 수류탄을 투척해 장병 5명을 살해하고 7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임모 병장(23)이 어제 1심에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임 병장 사건과 윤모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이 터지자 군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병영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병영문화 개선에 나섰다. 그러나 육군 장성과 고급 지휘관들이 연루된 성 범죄와 방산 비리 등이 이어지면서 군의 이미지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했다.

어두운 소식이 그칠 새 없던 군에서 모처럼 지휘관의 용기와 책임감을 보여주는 미담이 들려와 반갑기 그지없다. 육군 훈련소에서 훈련병이 실수로 수류탄을 놓치자 옆에 있던 소대장이 몸을 날려 훈련병을 구했다고 한다. 충남 논산의 육군훈련소 29연대 3교육대 소대장인 김현수 상사(32)는 지난달 23일 수류탄 교육장 투척호에 송모 훈련병과 함께 들어섰다. 두 사람 사이에는 높이 60cm의 분리벽이 있었다. 송 훈련병은 수류탄을 전방으로 던졌으나 수류탄은 김 상사 쪽 투척호로 떨어져 데굴데굴 굴렀다. 순간 김 상사는 반사적으로 분리벽을 뛰어넘어 키 180cm, 몸무게 75kg의 송 훈련병을 투척호 밖으로 던지듯 끌어낸 뒤 자신의 몸을 날려 감쌌다. 거의 동시에 수류탄이 터졌지만 다행히 두 사람은 무사했다.

50년 전 훈련병이 잘못 던진 수류탄 위로 자신의 몸을 던져 중대원들을 구하고 산화한 강재구 소령을 연상시키는 행동이다. 강 소령은 1965년 10월 4일 베트남 파병을 앞둔 맹호부대의 수류탄 투척 훈련 중에 병사가 부주의로 떨어뜨린 수류탄을 몸으로 덮쳐 부대원들을 구하는 살신성인을 했다. 김 상사는 “수류탄 훈련 때 소대장들은 항상 훈련병 손에 든 수류탄만 본다”며 “(수류탄이 훈련병의) 손에서 미끄러지는 것을 보고 평소 훈련하던 대로 행동했다”고 말했다.

수류탄은 안전핀을 뽑으면 불과 몇 초 후에 터지기 때문에 지휘관에게 투철한 희생정신이 배어있지 않으면 본능적으로 자신부터 살려고 할 수 있다. 겸손한 자세로 “배운 대로 했다”고 말하는 그가 돋보인다. 묵묵히 조국을 지키는 대다수 군인 덕분에 국민들은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고 생업을 이어갈 수 있다. 김 상사 같은 군인들이 우리 군 조직의 곳곳에 흔들림 없이 자리 잡고 있으면 국가안보에서 걱정할 일이 없을 것이다.
#임모 병장#사형#수류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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