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누리당 김무성 유승민, 증세 함부로 말하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4일 00시 00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어제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러한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유승민 신임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면서 “기조를 이제 바꿔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의 대표 공약인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 여당의 두 사령탑이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는 담뱃세를 올리고 근로자들의 비과세 감면을 줄이면서도 “증세가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여당의 두 대표가 “증세 없는 복지는 거짓말”이라고 말함으로써 이제야 진실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에서 잇달아 제기되는 증세론에 대해서는 우려가 앞선다. 유 원내대표는 당내 선거 과정에서 “‘저(低)부담 저복지’를 ‘중(中)부담 중복지’로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고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인상도 백지에서 검토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새누리당이 공식적으로는 증세 이전에 현행 복지 정책에 대한 구조조정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자꾸 증세 얘기를 꺼내는 것은 증세를 전제로 논의의 불씨를 살려 나가겠다는 계산으로 볼 수밖에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법인세를 올리고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자고 하지만 함부로 추진할 일은 아니다. 한국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16.8%(2012년)로 일본(38%) 독일(29.5%) 영국(28%) 미국(26%)에 비해 낮지만 최근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기업 실적이 갈수록 나빠지는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새정치연합은 2010년 무상급식으로 무상 시리즈를 시작해 증세와 복지 논란을 부른 원죄(原罪)가 있다. 지난해 세제 개편안을 국회에서 일사천리로 통과시켜 놓고 뒤늦게 “서민 증세”라며 정부 여당을 비난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근로소득자의 34%가 면세점 이하로 세금을 한 푼도 안 내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국민은 누구나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 개세주의(皆稅主義)를 일부러 말하지 않는 것은 비겁하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복지 지출이 크게 늘어 이대로 가다가는 2009년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4개국처럼 한국도 2033년경 파산에 이를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올해 정부 예산 375조 원 가운데 복지 예산은 115조 원으로 30%를 넘는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그냥 놔둬도 복지 예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어 있다. 반면 세수는 지난해 11조1000억 원이 덜 걷혔다. 이 상태로는 증세를 해도 늘어나는 복지 예산을 감당하기 어렵다. 선거 공약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시행에 들어간 무상급식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등 복지 제도들부터 서둘러 구조조정해야 한다.
#새누리당#김무성#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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