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강하게 반대했던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52·사진)가 론스타 측에서 8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투기자본 비판과 대안 제시를 명분으로 2004년 설립된 시민단체로,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항의 집회 등을 주도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김후곤)는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65)에게서 2011년 9월경 8억여 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장 대표를 3일 자택에서 체포하고 집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은 장 대표에게 돈을 건네주라고 지시한 혐의로 3일 오전 유 전 대표도 체포해 조사한 뒤 밤 늦게 돌려보냈다.
장 대표에게 돈이 건네진 2011년 9월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했다가 국내 은행에 다시 매각을 추진하면서 ‘먹튀’ 논란이 불거지고, 유 전 대표가 외환카드 허위 감자(減資)설을 퍼뜨려 주가를 조작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법정 구속된 직후다. 2003년 10월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는 2012년 하나은행에 되팔면서 4조7000여억 원의 차익을 챙겨 비난 여론이 일었다.
검찰은 유 전 대표가 론스타 비난에 앞장선 강경 인사 회유책으로 금품 로비를 선택하고 ‘1호 로비 대상’으로 장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수감 중이던 유 전 대표가 아들을 통해 가상계좌로 장 대표에게 송금한 증거도 확보했다. 장 대표의 지인인 A 변호사와 유 전 대표 측 변호사는 “돈을 주는 조건으로 장 대표가 더이상 유 전 대표를 비난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서까지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날 A 변호사를 소환해 합의서 작성 경위를 조사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뒷거래’를 중개한 변호사들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당초 “유 전 대표를 법정 최고형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장 대표는 돈을 받은 이후 “유 전 대표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서까지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대표는 검찰에서 “장 대표가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먼저 금품을 요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환카드 노조위원장, 전국사무금융노조연맹 부위원장을 지낸 장 대표는 ‘론스타게이트 의혹 규명 국민행동’ 집행위원장을 맡았고,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문제 삼아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을 고발하기도 했다. 1999년 민주노동당 창당 발기인으로 참여한 장 대표는 2001년 재·보궐선거에서 민노당 국회의원 후보로 서울 동대문을 지역구에 출마했고, 지난해 1월엔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주도한 새정치추진위원회에서 전문가 출신 추진위원으로 활동했다. 검찰은 5일 장 대표에 대해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4일 성명을 내고 “장 대표는 ‘해고 기간 동안 발생한 임금에 대한 보상금’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긴급회의를 통해 장 대표의 파면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15년간 외환카드에서 근무하다 2004년 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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