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이냐 법인화냐… 갈 길 잃은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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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개관 앞두고 운영 주체 둘러싼 정치권 논란 가열

지난해 11월 완공된 후 9월 개관을 앞두고 있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운영 주체를 정하지 못해 개관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공무원이 운영하고 이후 안정화가 되면 법인으로 전환할 수도 있고…. 저희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1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출석한 김희범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의 말이다. 5일 만인 22일 김 차관은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김 차관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운영에 있어 야당 의견을 적지 않게 수용해 준 탓에 청와대 질책을 받았다”며 사퇴의 한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사실 여부를 떠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아시아전당)은 정치권까지 ‘뜨거운 감자’로 인식되고 있다.

○ 아시아전당, 무슨 일이?

아시아전당은 2006년 국가균형발전을 목표로 제정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에 준거해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터에 건립됐다.(표 참조) 지난해 11월 완공될 때까지 7000억 원 이상이 투입됐다. 향후 운영비, 사업비 등 수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아시아 최대 규모에 해당되는 전당이 9월 개관을 앞두고도 운영 주체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탓에 개관식 관련 프로그램을 비롯해 각종 콘텐츠에 대한 세부 계획 역시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아시아전당이 민간에서 운영하는 ‘법인’ 형태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체부는 “아시아전당을 공무원 조직으로 운영하면 직원이 400명 이상으로 비대해지고 효율성도 떨어진다”고 밝혔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공무원이 운영 주체가 되는 정부 소속기관으로 유지돼야 조직이 안정되고 재원이 확보된다”는 입장이다. 2일 국회 교문위 여야 의원이 모여 2월 임시국회 통과를 놓고 아시아전당 운영 주체 관련 토론을 벌였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 공무원조직이냐 법인이냐, 불신부터 없애야

문화예술기관 법인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아시아전당의 롤 모델이 된 싱가포르 복합문화공간 ‘에스플러네이드’를 비롯해 프랑스 퐁피두센터, 일본 신국립극장, 영국 바비칸센터 등은 법인화해 민간이 운영한다. 이종덕 충무아트홀 사장은 “문화예술조직은 자율성과 창의성을 요하는 만큼 법인 형태로 민간이 운영해야 전문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서울 예술의전당을 비롯해 국립오페라단, 국립합창단 등도 법인화해 민간이 운영하고 있다.

반면 법인화를 반대하는 측은 아시아전당과 기존 문화예술기관과는 차이가 있다고 반박한다. 새정치연합 박혜자 의원은 “서울은 전시, 공연 위주로 운영해도 수익, 자립이 가능하지만 인구 149만 명인 광주는 아시아전당을 운영하면서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법인 형태로 운영되면 당장 돈이 되는 공연, 전시 쪽에만 역량을 기울여 연구, 교육 등 비상업적인 분야는 축소돼 설립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사이의 불신부터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뮤지컬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부 소속 기관이냐 법인화냐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며 “큰 안목에서 아시아전당을 어떤 콘텐츠로 채울 것인가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호상 국립극장장은 “법인화가 옳지만 정부가 손을 떼면 전당이 문을 닫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클 것”이라며 “광주 지역의 불안감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특별법 27조에는 ‘전당은 장관 소속하에 둔다’고 나와 있다.

여야는 9일 교문위 전체회의에서 중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여당은 3, 5년간 한시적으로는 아시아전당을 공무원 조직으로 운영하고 이후 법인화하는 안을, 야당은 전시 공연 등 상업적 부문은 법인화하고 전당 조직운영과 교육, 연구 등 공공성이 요구되는 부문은 정부 소속 기관으로 하는 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류재한 전남대 불어불문과 교수는 “수익을 올릴 요소가 많은 예술극장 등은 법인화하고 연구 교육 담당의 교류원, 정보원 등은 공무원 조직으로 운영하면서 단계적으로 법인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zozo@donga.com·김정은 기자    
#아시아문화전당#법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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