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수정하자는 논쟁에 불은 붙었지만 당내에선 각론을 놓고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우선은 당장 증세보다는 ‘복지지출 축소’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가장 많다. 김무성 대표가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복지 지출의 구조조정을 시행해 지출의 중복과 비효율을 없애야 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장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태에서 세금을 올리는 데 국민의 반감이 크다는 점을 의식한 것이다.
복지 구조조정 방안으로는 무상복지 정책 수정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을 전면 재검토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복지 구조조정과 증세를 함께 논의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저부담-저복지 상태에서 중부담-중복지로 가려다 현재의 논쟁이 발생한 것이므로 복지 구조조정만으로는 해소할 수 없다”며 “복지와 증세 모두 입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원내수석부대표로 임명된 조해진 의원도 통화에서 “복지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재정은 부족할 것”이라면서 “증세는 불가피할 것이라 생각해 왔다”고 밝혔다.
당내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경제를 살릴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강석훈 의원은 “지금은 증세 논쟁이 아니라 경제를 어떻게 활성화시킬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증세 없는 복지’ 논란과 관련해 법인세 인상에 방점을 찍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부자감세의 대표격인 법인세율을 이명박 정부 시절 25%에서 22%로 낮춘 것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무상)복지 자체는 역행할 수 없는데 지금은 돈 나올 곳이 없으니 증세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법인세 인상, 낭비성 재정 지출 방지 등 야당이 내놓은 해법은 복지 재정 해결의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야당도 복지와 재정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정밀한 대안 마련에 나설 때라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인세 인상 등 증세에 앞서 보편적 복지 개념을 재정립함으로써 늘어나는 복지 수요에 대한 대응을 고민해야 한다”며 “증세 역시 무조건 세금을 늘리자고 할 게 아니라 그 시점과 대상 등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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