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지출 조정과 증세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만 정작 복지 분야의 컨트롤타워인 ‘사회보장위원회’는 4개월째 개점휴업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 시절 대표 발의한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2013년 5월 설치될 때만 해도 영국의 복지 기틀을 확립한 베버리지위원회 같은 역할을 기대했지만 지난 2년간의 활동은 복지 컨트롤타워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보장위는 국무총리가 직접 위원장을 맡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참여하는 정부 내 최고위급 복지정책 논의 기구다. 하지만 전체회의는 2013년 5월 첫 회의 이후 21개월 동안 9번 열린 것이 전부였다. 한 정부 당국자는 “복지 조정과 증세를 놓고 부처 간에도 이견이 나오고 있는데 정작 협의가 필요할 때 회의가 열리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사회보장위에서 복지, 경제, 재정 분야의 민간위원들과 관계 부처 장관들이 적극 의견을 내고 정책토론을 하기보다 사전에 결정된 내용을 형식적으로 심의하는 역할만 해왔다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복지부 주도로 올라온 28건의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의결됐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복지부를 제외한 나머지 부처들은 회의 참여 자체를 소홀히 하고 있다. 경제부총리와 복지부 장관이 부위원장이지만 9번의 회의 동안 경제부총리는 4번만 참석했다. 나머지 5번은 차관이 대신 참석했다. 복지부 장관은 9번 모두 참석했다.
복지정책의 핵심인 재원 조달 방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월 제6차 전체회의에서 ‘현행 복지제도를 유지했을 때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비 비중이 2040년 22.6%, 2060년 29.0%가 될 것’이란 우려가 담긴 ‘중장기 사회보장 재정추계’ 안건이 올라왔지만 위원장인 정홍원 총리가 “장기적 시각을 갖고 정책을 수립하는 계기로 삼아 달라”고 당부했을 뿐이었다.
앞으로 청와대와 정부가 복지정책 발표에 앞서 경제부총리, 사회부총리, 복지부 장관 등이 참석하는 정책조정협의회를 통해 사전 조율하기로 함에 따라 사회보장위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