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연상女만 골라… 가짜 결혼 하객까지 동원한 카사노바

“뇌종양 치료” 떠난뒤 4억 뜯어
엘리트 행세… 다른 누나 3명도 등쳐

“전방에서 장교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2008년 봄 학원 강사 등으로 일하던 A 씨(33)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 공무원 B 씨(39·여)를 만났다. A 씨는 ‘누나뻘’ 되는 B 씨에게 자신을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현역 장교라고 소개했다. 혼기가 꽉 찬 B 씨는 182cm의 키에 잘생긴 A 씨에게 호감을 느꼈고 그해 가을 경남 창원의 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결혼식 직후 A 씨는 “뇌종양이 생겼다”며 치료비와 생활비 명목으로 지난해 12월까지 B 씨로부터 4억1700만 원을 받아냈다.

결혼 기간 중인 2013년 2월 역시 미혼인 교사 C 씨(38)와 학원 강사 D 씨(36)에게 “일본에서 학위를 받고 글로벌 금융회사 한국지사의 자금 담당 책임자로 있다”며 접근했다. 이들에게는 “상속받은 건물의 세금을 내야 한다”며 각각 5800만 원과 33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자신의 ‘매력남’ 연기가 성공하자 지난해 9월 A 씨는 30대 주부에게 접근해 “공군사관학교를 나와 항공기 제조사에 근무한다”고 속여 3개월간 4100만 원을 뜯었다.

A 씨의 사기행각은 D 씨의 고소로 꼬리가 잡혔다. 검찰 조사 결과 지방대를 졸업한 A 씨는 육군3사관학교에 입학했다가 중퇴했다.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은 역할 대행업체를 통해 동원했다. 창원지검 형사1부(부장 김석재)는 5일 A 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