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천 겨울 철새 분변에서 검출된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전염성이 높은 ‘고병원성’으로 확인됐다. 서울 도심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8일 서울시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7일 오후 늦게 (시료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분리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에 검출된 AI 바이러스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H5N8형’이다. 아직 인체 감염 사례는 없다.
서울시는 AI 감염 분변을 채집한 중랑천 용비교(성동구) 등 하천 출입구 14곳의 출입을 통제했다. 또 반경 10km 이내 지역에 한정했던 ‘예찰 지역’을 전체 25개 자치구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내에서 사육 중인 약 2000마리의 닭 오리 등 가금류와 분뇨, 알껍데기 등의 이동과 반·출입이 제한됐다. 그러나 국내에선 대도시 차원의 방역 사례가 적다. 지역 특성상 사람이나 차량 통제도 쉽지 않다. 바이러스 차단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이유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은 인구, 차량 이동이 지방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기 때문에 예찰과 방역 활동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식용이 아닌 ‘애완용’ 조류 사육 인구가 많은 것도 문제다. 판매상이나 애호가들이 AI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유통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일단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동물원은 아예 잠시 문을 닫거나 관람객의 조류사 출입이 금지됐다. 중랑천에서 불과 4km 떨어진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은 8일 오후부터 11일까지 임시 휴장한다. 비교적 먼 거리(13.5km)의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도 동물원 외부로 조류 반·출입을 금지하고 설 연휴 마지막 날(22일)까지 조류사에는 관람객을 받지 않는다. 어린이대공원 관계자는 “이곳에 있는 조류(42종 238마리) 가운데 펭귄이나 두루미는 한 마리가 1300만 원을 넘을 정도로 가치가 높다”며 “철새와의 접촉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방사장에 지붕 덮개까지 덮었다”고 설명했다.
서상희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는 “사람의 관리를 받으며 자란 애완용, 동물원 새들은 AI 면역력이 떨어져 한 번 걸리면 확산 속도가 훨씬 빠르다”며 “이동 제한이나 조류 반입 금지 등 서울시와 방역 당국의 지시를 잘 따르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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