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64)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62)가 9일 첫 회동을 가졌다. 신임 대표 선출을 계기로 문 대표가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로 김 대표를 예방한 자리였다. 여야 대표의 첫 상견례였지만 뼈있는 농담이 오가는 등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둔 여야 대표의 치열한 경쟁과 함께 차기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두 사람의 신경전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두 사람은 부산 경남중 선후배 사이(김 대표가 1년 선배)로 여야의 차기 대선 유력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또 부산이 지역구(김 대표는 영도, 문 대표는 사상)다. 2012년 대선에서 김 대표는 박근혜 후보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고, 문 대표는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였다.
문 대표는 8일 전당대회 연설에서 “제가 김무성 대표를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큰 격차로 압도하고 있다. 다음 총선에서 맞대결할 만하지 않으냐”며 김 대표를 자극하기도 했다. 문 대표가 당선 직후 “박근혜 정부와 전면전을 하겠다”고 하자 김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듣기에는 좀 유감”이라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9일 상견례에서 문 대표는 먼저 “박근혜 정부에서 국민 통합을 위해 노력을 좀 더 기울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정치는 협상과 타협이고 상생하는 정치를 국민이 바라기 때문에 여당이 항상 양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화답했다.
김 대표는 “무리한 요구만 안 하신다면…”이라며 웃음을 짓자 문 대표 역시 웃으면서 “이제는 각오를 좀 다져야 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서로 농담을 주고받는 식이었지만 ‘기싸움’처럼 느껴졌다.
탐색전을 마친 문 대표는 “3년 연속 계속된 세수 결손과 복지 재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복지는 또 지금 수준으로 충분한지, 서민 증세와 부자 감세 철회 문제라든지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력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기자들을 물리친 채 비공개로 대화를 했지만 복지와 증세에 대한 시각차는 뚜렷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지금 복지가 너무 많아서 재원이 어렵다”며 “복지 구조조정을 하고 낭비성 부분부터 줄여 나간 뒤에도 안 되면 증세를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이에 맞서 문 대표는 “현행 복지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앞으로) 복지를 어디까지 해야 하고 어떤 속도로 해나가야 되는지 논의하자”고 맞섰다고 한다.
회동을 마무리하면서 김 대표는 “자주 만나서 (여야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2+2 회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문 대표는 “나도 마음가짐이 같다”면서도 “하지만 당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문제에 대해선 단호하게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대표와 문 대표는 이날 상견례에서 앞으로 정국 주도권을 놓고 더 치열하게 신경전을 벌일 것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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