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문재인 대표체제 출범]
“김구 참배가 먼저” 당안팎 반발… 예정에 없던 임정요인 묘역 추가
文, 박정희 묘역 찾아 “화해-통합”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대표 취임 첫 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의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당 대표 선거 때부터 약속한 ‘중도 강화’ 전략의 하나였다. 그러나 이날 신임 최고위원들은 참배하지 않았다. ‘문재인호’가 첫날부터 지도부 사이에서 엇박자가 난 것이다. ○ 文, 당내 반발에 김구 묘소도 참배
이날 현충원을 찾은 문 대표는 “이, 박 전 대통령 묘소의 참배 여부를 둘러싼 갈등을 끝내고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참배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문희상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우윤근 원내대표가 함께했다. 문 대표는 전날 당선 직후 최고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 박 전 대통령의 묘소 참배 문제를 논의했지만 일부 최고위원이 참배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결국 최고위원 모두 불참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문 대표의 이, 박 전 대통령 묘소 참배를 두고 당 안팎의 비판은 거셌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두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는 것보다 백범 김구, 인혁당 애국열사의 묘소 참배가 우선이다”라고 지적했다. 노회찬 정의당 전 대표도 “대한민국을 만들고 지켜온 분들에게 경의를 표해야 한다면 현충원 무명용사탑과 보라매공원의 산업재해 희생자 위령탑을 참배하면 된다”고 비판했다. 부정적인 의견이 제기되자 문 대표는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일정을 추가해 백범 김구 묘소와 윤봉길 이봉창 안중근 의사 등 임시정부 요인 묘소도 참배했다.
○ 당권-대권 사이의 딜레마?
그동안 야당에 이, 박 전 대통령 묘소 참배는 민감한 사안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7년 대선 당선자 신분으로 이, 박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 박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지 않았다.
2012년 대선 당시 범야권 대선주자로 경합을 벌였던 문 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선택도 달랐다. 안 전 대표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직후 이, 박 전 대통령의 묘소와 김 전 대통령, 박태준 전 국무총리의 묘소를 참배했다. 반면 문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묘소만 찾았다. 2013년 당시 김한길 민주당 대표도 이, 박 전 대통령 묘소 참배를 시도하려다가 당내 반발에 부딪혀 포기했었다.
문 대표가 야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이, 박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한 것에 대해 “중도 노선을 강화해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차기 대선을 노리는 문 대표가 ‘중도층 껴안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취임 직후 박근혜 정부와의 전면전을 부각시키며 야당성 강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 박 전 대통령 묘소 참배를 놓고 생긴 당내 갈등처럼 중도 노선 강화에 대한 당내 반발이 적지 않다. 당의 한 관계자는 “대표로서 당 장악력을 높이고, 대권 주자로서는 지지층을 확대해야 하는 과제가 문 대표에게 놓여 있다”며 “상충하는 두 과제를 풀기 위한 문 대표의 고민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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