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시작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청문회 전부터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청문위원들은 이 후보자가 지난달 말 일부 기자들과 오찬 도중 한 발언이 담긴 녹음파일을 공개하자고 압박했다. 청문회는 예정된 시간보다 15분 늦게 시작됐다. 이 후보자는 야당의 사과 요구에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언론 전체에도 송구스럽다. 백 번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이날 청문회는 두 차례 정회를 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 野, 녹음파일 공개… 이완구 “용서해 달라”
청문회 도중에도 여야는 녹음파일 공개를 놓고 계속 충돌했다. 새정치연합 간사인 유성엽 의원이 “‘언론인들 내가 대학총장도 만들어주고 교수도 만들어줬다’라고 말한 기억이 있느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전혀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유 의원이 재차 “(녹음파일을) 틀어드릴까요”라고 물었지만 이 후보자는 “개인적으로 (확인을 위해) 틀어주셨으면 좋겠다”고까지 했다.
‘김영란법’에 대한 이 후보자의 발언을 놓고도 야당 의원들은 철저히 물고 늘어졌다. 새정치연합 홍종학 의원이 “‘나에 대해 잘못된 보도를 하면 김영란법을 통과시키겠다’는 말을 한 적 있느냐”고 물었지만 이 후보자는 “그런 사실 없다. 그런 녹취록이 있으면 공개해 달라”고 답했다.
결국 야당 의원들은 “청문회장에서 중대한 위증이 될 수 있다”며 녹음파일 공개를 요구했다. 여당 의원들은 “음성의 자막을 공개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재생은 동의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청문회는 이날 오후 3시 15분경 1차 파행을 겪었다.
야당 청문위원들이 전격 공개한 녹음파일에는 이 후보자가 언론사 간부에게 외압을 가해 보도를 막았다는 내용을 비롯해 “(기자를) 교수도 만들어 주고, 총장도 만들어 주고…”라는 발언, 김영란법과 관련한 발언 등이 담겨 있었다.
이 후보자는 “(1시간 반 대화는) 다급한 마음에 말한 것이므로 용서해 달라. 편안한 마음으로 반어법으로 얘기한 것”이라며 “이제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고 해명했다. 이어 “(녹음파일 보도 이후) 수일째 수면을 취하지 못한 상태여서 정신이 혼미하고 기억이 정확하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 파행 이후 회의장에 들어오다가 비틀거렸고, 자리에 앉아 컵에 물을 따를 때 손을 떨기도 했다.
오후 5시 20분경 가까스로 재개된 청문회에서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은 “정당하게 취득하지 않은 파일을 기자회견장에서 공개한 것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편집하고 짜깁기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의 발언에 야당이 반발하면서 회의는 또 한 차례 파행을 겪은 뒤 오후 9시경 속개됐다. 이 의원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한편 새정치연합 진선미 의원은 녹음파일을 넘긴 기자에게 파일 공개에 대한 동의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나중에 해명하겠다”고만 말하고 넘어갔다. ○ 병역 의혹에도 명쾌한 답변 못 내놔
이 후보자의 다른 의혹에 대한 질의도 쏟아졌다. 진선미 의원은 “이 후보자가 1971년 수도육군병원 첫 신체검사에서 현역 판정을 받았다가 행정고시 합격 이후인 1975년 사무관으로 근무하던 홍성에서 다시 신검을 받고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이 후보자가 ‘1971년 첫 신검을 받은 홍성이 시골이라 Ⅹ레이 기계가 없어서 찍지 못했다. 1975년 대전에 가서 Ⅹ레이를 찍어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고 해명한 것은 명명백백한 허위”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아직도 문제가 있어서 60세가 넘은 나이까지 같은 부위에 Ⅹ레이를 찍고 있는 입장을 이해해 달라”며 “1971년에는 아마 괜찮았을 수도 있지만 1975년에는 상태가 심해져 판정이 내려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밖에 야당 의원들이 차남 땅 증여와 관련해 부동산 투기 의혹을 계속 제기하자 이 후보자는 “내일(11일)이라도 차남의 재산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충청 출신인 이장우 의원(초선·대전 동)은 이날 이 후보자를 향해 “가장 존경하고 닮고 싶은 분”이라며 후보자 가족의 기부 내용, 장모상 당시 기름 유출 사건이 터진 태안으로 내려갔던 일 등을 언급하는 등 적극 방어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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