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의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과 정청래 최고위원은 10일 문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천 전 장관과 정 최고위원의 비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문 대표의 참배는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독재자고 가해자며, (그와 유족이)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용서를 구한 적도 없는데 먼저 화해하자고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문 대표가 박 전 대통령과 이승만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건 그동안의 행보로 봤을 때 뜻밖이었다. 그는 2012년 민주통합당(현 새정치연합) 대선후보로 선출됐을 때 두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지 않았다. 당시 야권 후보로 단일화 협상을 벌였던 안철수 후보는 참배를 해서 더욱 대조적이었다. 8일 전당대회 이전까지도 문 대표는 두 전 대통령 묘역 참배에 부정적이었다.
당연히 문 대표의 참배 행위는 ‘전략적’이다. 중도·보수 진영에 대한 구애이고, 과거와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강조하는 대선주자로 거듭나겠다는 속내가 깔려 있다. 뺄셈정치가 아닌 덧셈정치를 하지 않으면 또 패배한다는 절박감까지 읽힌다. 그러나 의도야 어떻든 포용과 화합이라는 정치인의 기본 덕목을 엿볼 수 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이근 교수(국제정치학)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도로서의 대통령’이라는 글을 올렸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나온 것처럼 군사정권 시절 권위주의적인 국기 하강식에서 애국기가 사용되고 애국가가 울렸다고 해서 우리는 애국기와 애국가를 증오하지 않는다. 애국기와 애국가는 하나의 국가 제도로서 예우를 받고 있다. 대통령 역시 대한민국의 하나의 제도다. 제도로서의 대통령은 예우를 받아야 한다. 역대 대통령에 대한 참배는 박정희, 이승만이라는 인물에 대한 참배가 아니라 1∼3대 대통령, 5∼9대 대통령에 대한 예우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의 견해에 공감한다. 국회의원도 헌법기관이자 제도다. 이젠 좀 더 합리적으로 생각할 때가 됐다. 두 전 대통령의 공과는 대부분 드러났다. 평가는 역사에 맡기는 게 좋다. 언제까지 국민 절반을 적으로 돌리면서 집권을 꿈꿀 것인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