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원유철 정책위의장의 청와대 긴급 회동이 끝난 뒤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고 전했다. 이날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당정청 고위 당정협의회와 정책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하는 등 소통창구를 새로 만들었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신설될 협의회를 통해 정책 주도권을 쥘 수 있게 된 것이다.
김 대표는 회동 직후 당사에서 열린 당 중앙여성위원회 신년인사회에서 “(회동에서) 50분 동안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열어놓고 이야기했다”며 “서로 오해를 다 풀고 정말 잘하자고 굳게 약속했다”고 말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냉기가 흘렀는데 끝날 땐 막 웃고 자주 보자고 하고 나왔다”고도 했다. 김 대표가 오해를 풀었다고 한 것은 최근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간에 벌어진 ‘증세 없는 복지’ 논란이다.
김 대표는 회동 당시 조윤선 정무수석을 향해 “정무수석이 왜 제대로 보고를 하지 않느냐”며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의 취지를 자세히 해명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당시 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러한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해 ‘증세 없는 복지’ 논란의 불을 붙였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회의 때마다 내가 하던 이야기”라며 “대통령의 생각과 우리 생각은 같다. 걱정하지 마시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어 유 원내대표는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그대로 갈 경우 (앞으로)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유연하게 갈 필요가 있다. 당내 의견 수렴과 여야 협상에 맡겨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원 정책위의장도 “(예산 낭비를) 줄일 수 있는 건 다 줄인 다음에 그래도 안 되면 증세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진지하게 경청했다고 한다.
대통령정무특보단 구성과 관련해선 김 대표가 “당정청 협의체가 잘 운영되는 게 가장 좋다”며 별도의 특보단 신설에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유 원내대표는 “당내 소외된 의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인사가 포함되는 게 좋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 내용을 두고 혼선을 빚기도 했다. 원 정책위의장은 회동 직후 기자들을 만나 “박 대통령은 한 번도 증세 없는 복지라는 말을 자신의 입으로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대선 기간 증세 없이 복지를 확대할 수 있다고 약속했다. 이에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유 원내대표에게 정정을 요청했다. 유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대통령 발언은 내가 제일 꼼꼼하게 적었는데 대통령은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뒤늦게 원 정책위의장은 “내가 메모를 한 게 아니다. 경제 활성화에 방점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날 회동은 전날 오후 늦게 청와대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전날 오전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치권을 향해 “국민 배신” 등 격한 말을 쏟아냈다. 야권은 물론이고 여당 지도부와도 충돌하는 모양새가 되자 청와대가 긴급하게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16일에도 오전 국무회의에서 정치권을 강도 높게 비판한 뒤 오후 여당 지도부와 회동한 적이 있다.
10일 청와대 회동에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은 배석하지 않았다. 여당 지도부와의 회동에 김 실장이 배석하지 않은 것은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여당 지도부가 인적 쇄신과 관련해 건의할 수 있어 김 실장이 자리를 피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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